英 가디언 “나우루內 호주 난민수용소 성폭력-아동학대 사건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내부 보고서 입수 공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에 있는 호주의 해외 난민시설에서 어린이 인권 유린 사건이 빈번했다고 적힌 문건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호주 이민당국이 작성한 80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입수해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나우루 난민수용소에서 폭행과 성적 학대, 자해 등 인권 유린 사례 2116건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호주는 배를 타고 들어오는 망명 신청자들의 본토 입국을 막는다. 그 대신 이들을 인근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등의 해외 난민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특히 어린이 피해 사례가 두드러졌다. 어린이는 전체 인원의 20% 미만이었으나 전체 피해 사건 중 51.3%(1086건)나 됐다. 2014년 7월 한 여자 어린이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성인 거주 지역으로 보내져 급기야 성폭행을 당했다. 한 시설 직원은 여자 어린이가 샤워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려고 2분인 샤워 시간을 4분으로 늘리기도 했다. 한 난민 임신부는 출산 시기에 이르자 “이런 더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며 호주 정부에 아이를 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난민들은 수용소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외출이 허용돼도 통행금지 시간 이전에 되돌아와야 한다. 외부인의 수용소 접근도 통제돼 수용소의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호주 정부는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난민의 건강, 복지, 안전을 위해 나우루 정부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이 공개한 보고서는 감시원, 사회복지사, 교사, 의료진 등 난민수용소 직원들이 작성한 것이다. 난민수용소를 운영하는 기관은 수용소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을 호주 정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가디언은 “호주 정부는 매년 난민시설에 12억 달러(약 1조3320억 원)를 보낸다”며 “호주인의 알 권리를 위해 인권 유린 실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6월 말 현재 나우루에 수용된 난민은 성인 남성 338명, 성인 여성 55명, 어린이 49명 등 442명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난민수용소#호주#나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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