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연일 폭격을 퍼붓고 있는 알레포 동부지역의 의사들이 알레포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정해달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눈물의 서한을 보냈다.
11일 BBC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15명은 서한에서 “폭격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한 달 안에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주민 25만 명이 고립된 이 지역에선 지난달에만 42차례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이 이어졌다.
알레포 의사들은 5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셀 수 없는 환자가 죽음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참상을 전했다. 이들은 “의사로서 가장 힘든 것은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열악한 의료시설의 문제를 제기했다. 2주 전에는 병원을 향한 폭격으로 전력이 끊기는 바람에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산소를 차단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식어갔다.
의사들은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세의 심각성에 대해 분석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레포 동부지역의 폭격이 가혹해지는데도 ‘피난 가라’는 말만 할 뿐 고립된 주민 25만 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눈물이나 동정은 필요 없다”며 “국제사회가 알레포 동부를 폭격금지 구역으로 정해 폭격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은 11일부터 매일 오전 10시~오후 1시 3시간 동안 민간인에게 물자를 공급할 시간을 주기 위해 폭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은 알레포 동부 지역에 음식과 약 등 물자를 공급하려면 최소 48시간의 폭격 중지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UN은 구호물자를 구비해뒀지만 잇따르는 폭격과 두터운 포위망 때문에 알레포 동부로 반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알레포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격렬한 전투로 주민 200만 명은 며칠 동안 전력과 수도가 끊긴 채 살고 있다. 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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