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이번엔 ‘부패 척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03시 00분


“탈세-정경유착이 필리핀 경제성장 발목잡아… 부패기업인 出禁… 관련기업 명단 금명 공개”

“해외여행 가고 싶다고? 그럼 밀린 세금 먼저 내.”

마약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1·사진)이 이번엔 부패한 기업인과 전쟁에 나섰다. 탈세와 정경 유착이 필리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탈세 기업인들에게 칼끝을 겨눈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필리핀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8일 다바오 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세 등의 부패 기업인 척결에 나설 것을 밝혔다. 그는 “출입국관리소에 세금을 내지 않은 기업인의 출국 금지를 지시하겠다”며 “그들은 더 이상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다. 탈세가 범죄라는 것을 뚜렷이 인식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세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일 때도 이동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으며, 일반 형사범들과 똑같이 법대로 경제사범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세금 회피에 연루된 기업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으며 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금 납부를 차일피일 미루는 얌체 기업인에게 쓸 독특한 압박 방법도 공개했다. 그는 “탈세 기업인의 집에 경찰관을 보내겠다. 그러고는 ‘왜 세금을 내지 않느냐’고 묻게 하겠다”며 “기자들에게 (탈세 기업인의 집에) 함께 가자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범죄 척결 공약으로 당선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6월 30일 취임 이후 마약 사범을 비롯한 범죄자 척결에 힘 쏟고 있다. 검거 과정에서 500명 이상이 사망하자, 일각에서는 인권 침해 논란도 벌어졌다. 하지만 오랜 기간 범죄의 공포에 시달렸던 필리핀인들은 90%(7월 말 조사)가 넘는 지지율로 두테르테 정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부패 기업인과 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두테르테#부패 척결#탈세#정경유착#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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