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사드반대 공세’에 러시아 끌어들이기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18시 17분


한국에 이어 일본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검토하자 중국이 러시아와 연대해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러는 시베리아 가스와 석유 공급 등으로 경제 협력은 강화해 왔지만 군사적 유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군사적으로도 점차 밀접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으로부터 재제를 받자 러시아는 중국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바랬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더 러시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선 필리핀 베트남 미국 일본 등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동북아에선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일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의 지지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2일 사설에서 일본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미국의 중-러에 대한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는 것이자 중-러 양국의 대미 핵전략 상의 위협을 와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사드 배치 움직임을 중-러와 미-일의 대립 구도로 해석한 것이다.

북한이 3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이 1000㎞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으나 이를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일본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으로 사드 배치의 명분을 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사드 미사일이 배치돼 있지 않다. 서남부 교토(京都) 교탄고(京丹後) 시 항공자위대 기지와 북서부 아오모리(靑森)현 샤리키(車力) 기지에 탄도미사일 추적을 위한 최대 탐지거리 반경 2000km의 ‘TPY-2 X-밴드 레이더’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조한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한미가 주장하는 최대 800km가 아니라 2000km여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연해주가 포함된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공동 피해국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일과 중북러의 ‘신냉전 구도’가 동북아에 나타날 것이라는 논리를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을 중심으로 펴고 있는 것도 역시 ‘러시아 끌어들이기’ 논리의 확대판이다. 한반도 사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적극 끌어들이고, 신냉전 구도를 강조하는 것은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 강대국의 횡포가 아님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추시보는 12일 1면 기사에서 중-러 연합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풀고, 사드가 동북아에서 균형을 깨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높아지고 일본이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미-일이 연대하자 중국이 러시아를 적극 개입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와 같은 대국이 우군으로 같이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5월 흑해와 지중해에서 러시아와 연합군사 훈련을 벌인 것도 남중국해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 러시아는 남중국해나 동북아에서 중국과는 이해관계가 다소 다르다. 남중국해에는 직접 관련이 없는데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베트남과는 냉전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다. 베트남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가깝게 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관계다.

동북아에서도 러시아는 연해주 등 극동개발을 위해 한국 일본 등 주변국 협력이 필요하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영토 다툼을 벌였던 중국이 연해주에 적극 진출하는 것에 대해선 부담을 느낀다. 다음 달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한-러 정상이 회담을 갖는 등 러시아는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의 협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원칙적으로 사드에 반대하지만 유럽 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대한 거부감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과도 북방 4개 섬 일부 반환 등의 돌파구가 마련되면 적극적인 ‘러-일 신 밀월’을 구가하며 동방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구상이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월 관계의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한국 일본 등과는 극동개발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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