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건 한국인이건, 억울하게 죽은 분들의 유골은 신원을 밝혀 유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34년간 오키나와 현 나하 시 일대에서 전사자 유골을 수습해 온 자원봉사 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2·사진) 대표의 말은 단호했다.
지난달 27일 나하 시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는 “지금까지 수습된 유골 중 이름표나 유품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것은 5%도 되지 않는다”며 “신원이 제대로 파악되기도 전에 감추고 싶은 역사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유골은 급히 화장되고 합골(合骨)됐다”고 했다.
오키나와 태생으로 본업이 기계수리공인 구시켄 대표는 수년 전부터 유골에 대한 DNA 검사의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했다. 2009년 시 외곽에서 172구의 유골을 수습하고 나서는 오키나와 현에 유골들을 화장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 4월 ‘유골수집법’이 시행됐지만 그는 여기에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DNA 분석 표본을 치아에서만 채취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구시켄 대표는 “한국이 6·25전쟁 전사자 유골의 DNA를 분석할 때 표본을 치아뿐 아니라 팔다리뼈에서도 채취해 분석하는 것처럼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시행 이후 오키나와 현이 보관하던 전사자 유골 690여 구 중 DNA 검사 대상으로 분류된 것은 치아가 보존된 87구의 유골이다. 하지만 치아는 없어도 팔다리뼈가 있는 나머지 유골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할 기술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자신이 지금까지 수습한 유골 300여 구 중 10구 이상은 조선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앞으로 수습될 유골에도 조선인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등 외국 정부와 협력해 일본인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의 DNA를 외국의 유족과도 대조한 뒤 유족을 찾아줘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합니다. 지금 서두르지 않는다면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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