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크렘린 스캔들’… 트럼프 설상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7일 03시 00분


NYT “측근 선대위원장 매너포트… 親러 우크라 정당서 140억원 수수 정황”
매너포트 “근거없는 헛소리” 강력 부인… 힐러리측 “러 유착 여부 공개하라” 공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최측근이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당에서 14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해커를 동원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은 데 이어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트럼프 선거대책위원장인 폴 매너포트(67)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친러 성향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속 정당(지역당)에서 총 22회에 걸쳐 1270만 달러(약 140억 원)를 현금으로 받은 정황이 우크라이나 반(反)부패국이 입수한 일명 ‘검은 장부’를 통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지역당’은 친러 정책을 펴다 국민적 반발에 부닥쳐 2014년 러시아로 도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끌던 정당이다. 매너포트가 오랜 기간 ‘지역당’과 야누코비치의 자문역을 맡아 온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이와 같은 비밀 거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매너포트는 “내가 그런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국도 장부에 적힌 매너포트의 서명이 본인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매너포트가 돈을 수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부패국 협력 기관인 ‘반부패액션센터’의 다리야 칼레니우크 센터장은 “우크라이나의 매우 더러운 현금 경제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69) 측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매너포트를 비롯한 캠프 직원 모두의 러시아 유착 여부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전당대회 직전 러시아 해커의 e메일 유출로 곤욕을 치른 민주당전국위원회(DNC)도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트럼프 진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트럼프 캠프에선 새로운 폭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5일 NYT가 발표한 자체 분석 결과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88%로 분석이 시작된 6월 이후로 가장 높았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12%로 “미식축구 선수가 18m 거리에서 필드골을 놓칠 확률”이라고 NYT는 비유했다.

여기에 공화당의 적전 내부 분열 양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CNN은 은퇴를 앞둔 공화당 하원의원 2명을 포함한 공화당원 110명이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에게 트럼프 지원 중단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고 15일 보도했다. 8일에는 4선 상원의원인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지지 거부를 선언했다. 앞서 2일엔 리처드 해나 공화당 하원의원이 아예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네그로폰테 전 국가정보국장(DNI)을 비롯한 공화당 행정부 출신 국가안보 고위 관료 50명도 8일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 트럼프 지지 거부를 선언하는 등 반트럼프 분위기는 공화당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NYT는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를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클린턴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미국#트럼프#힐러리#대선#크렘린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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