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혐오증을 숨기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이민자에 대한 ‘사상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검증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15일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에서 가진 유세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미국 법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미국 헌법을 믿지 않고 편협함을 내세우는 이들은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며 “특단의 심사(extreme vetting)를 도입해 테러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그는 “냉전 시대에는 사상 검증 시험이 있었다. 새로운 시험을 개발하기에 적절한 때를 이미 놓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관용적인 미국 사회를 포용할 사람에게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며 “테러를 수출한 전력이 있는 위험한 지역에서의 이민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한 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미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사설에서 “그가 이날 연설에서 지지한다고 밝힌 관용과 평등 대우라는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15일 사설에서 “재앙적이며 비생산적인 생각”이라며 “극단주의자를 색출하기 위해 설치되는 위원회는 블랙리스트와 연좌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이슬람국가(IS)와 싸울 정신적, 신체적 힘이 부족하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클린턴은 미국의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이 되고자 하는데 이민자가 대량으로 독일에 유입되면서 어떤 재앙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라크에서 철군하면서 힘의 진공 상태를 만드는 재앙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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