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터키, 스마트폰 불신검문…메신저 설치해도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7일 18시 37분


터키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에게 터키 검찰이 16일 2회 종신형과 징역 1900년을 구형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이번 구형은 검찰이 수사 중인 쿠데타 혐의와는 별개로, 지난해 9월 귈렌 일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고 무장 테러조직을 운영하며 기업으로부터 받아낸 자금을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 등에 대한 것이다. 터키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사형제를 폐지해 중복 종신형이 최고형이다.

터키 서부 우샤크 주 검찰은 2527장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귈렌을 포함한 112명의 혐의를 낱낱이 적시했다. 검찰은 귈렌이 정부기관과 정보기관에 암약하는 귈렌 세력을 이용해 재단 사립학교 회사 학생기숙사 미디어 등 각종 수단을 통해 무력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부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받아낸 돈을 아랍에미레이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튀지니 모로코 요르단 독일 등의 은행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도 적용했다. 귈렌은 이번 사건 혐의와 쿠데타 혐의를 줄곧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터키 경찰에게 휴대전화 불심검문 권한을 부여한 이후 왓츠앱 카카오톡 라인 틱톡 탱고 바이버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수백 명이 불심검문을 당해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쿠데타 모의 세력이 중동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작전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탓에 메신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터키 정부를 비판하는 트윗으로 팔로워 100만 명이 넘을 만큼 인기가 많은 ‘푸앗 아브니’를 팔로우하거나 그의 글을 리트윗해도 체포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교민 이모 씨는 기자에게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를 자주 이용하는 한국인이 터키를 여행할 때 불심검문을 주의해야 한다”며 “점점 북한 같아지는 터키 모습에 숨이 막힌다”고 전했다. 쿠데타 직후 한국 외교부가 터키에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는 3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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