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號 수입-수출 ‘쌍끌이 추락’… 금융시장 弱달러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전임 통상교섭본부장 3人의 ‘트럼포노믹스시대’ 시나리오

“미국은 이제 도저히 빚을 못 갚는다.”

미국 재무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에 외국인투자가들은 서둘러 미국 채권, 부동산에 투자했던 돈을 줄줄이 뺀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친다. 한순간에 돈이 증발한 월가에는 실업자가 넘쳐난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달러화 가치도 급락해 미국 내수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품 물가는 치솟는다. 고(高)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길가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인다. “미국 탓에 달러화 자산이 바닥났다”는 외국 정부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에 구제금융을 줄지를 결정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70)가 11월 8일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발언을 실행에 옮길 때 나타날 시나리오다. 트럼프는 5월 미 CNBC 인터뷰에서 “미국 부채가 늘어나 문제가 생기면 국채를 가진 채권자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디폴트를 자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 금융시장과 무역정책 변화에 취약한 한국은 트럼프의 발언이 더 우려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69)의 무역정책도 트럼프를 빼닮아 가고 있다. 강경한 보호무역 시대를 예측하고 정교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통상정책을 맡았던 박태호(2011∼2013년) 김종훈(2007∼2011년) 김현종(2004∼2007년) 전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전망을 토대로 ‘트럼포노믹스(Trumponomics·트럼프 경제정책) 시대’ 시나리오를 그려 봤다.


○ 보호무역, 미국 소비자 울상


전임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호(號)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미국의 수입과 함께 수출도 ‘쌍끌이’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미 간 무역에서 관세가 되살아나면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 상품에도 높은 관세가 매겨져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미 FTA 산파역을 했던 김현종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에서 관세가 붙은 미국 상품이 판매된다면 경쟁 상품인 캐나다나 유럽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한국으로의 수출이 줄면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수시장에서는 수입품이 줄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게다가 수입품에 관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상승하게 된다. 한미 FTA 추가 협상을 이끌어낸 김종훈 전 본부장은 “미국 상품 중 상당량이 수입품인데 이 많은 수입품에 관세를 붙이면 미국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품 관세를 낮추는 현 자유무역 체제에서 미국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상당하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한 가구당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1만 달러(약 1108만 원)에 이른다. 다달이 830달러(약 91만9000원)나 아낄 수 있는 것이다.
○ 무역 분쟁, 안보 및 문화 분쟁으로 확산

트럼프의 말대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하면 각국의 무역 분쟁은 장기화되고 첨예한 각개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쟁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보, 문화 등 다른 외교수단으로 갈등이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남중국해를 둘러싼 최근의 미중 갈등 같은 상황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WTO라는 다자체제는 한국 같은 중간 국가에 페어플레이 기회를 주는데 미국이 WTO를 탈퇴하면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 분쟁과 관련해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국가로 한국과 필리핀을 꼽았다. 보호무역 정책과 가장 밀접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대비해 서둘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새로운 상품의 교역조건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통상 공세에 노출된 제조기업들은 덤핑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마련해 놔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약(弱)달러 고집, 세계경제 혼란 불가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옹호자’ 트럼프의 압박으로 달러화 약세 기조를 유지한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세계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멈출 상황에서도 저금리를 계속 고집하면 세계경제의 앞길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중 FTA 협상을 개시했던 박태호 서울대 교수는 “통화정책 신뢰도가 떨어져 미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제통화 질서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지만 증거만 찾다가 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중국의 심기만 건드리는 쇼로 끝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정확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내가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잘 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의 발언대로 정책을 실행하면 이처럼 세계경제는 아수라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달러#보호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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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16-08-18 07:06:54

    Trump는 절대 미국 대통령 안될것이니 이런 걱정하시지 마시고, 대한민국내 빨갱이 고정간첩 남판간첩부터 발본색원 작살내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오. 지리산 빨갱이 후손들이 요사이 너무 설치고 다니오.. 때려잡아야 합니다. 빨갱이들 모조리 씨를 말려야 합니다.

  • 2016-08-18 06:52:45

    트럼푸의 정책 발언에 신경 쓰는일은 이곳에서 문 재인이나 정 동영이 대권 주자엿을때 신경쓴 일이나 매 한가지... 이자는 상식 이하의 부동산 사기로 번돈에 힘줄 얻어 설치는 미숙아에 지나지 안는다. 염려 놓고...!

  • 2016-08-18 09:23:42

    이 양반아, 되지도 않을 일을 무슨 흥미꺼리로 씨나리오 써내려가듯 하나!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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