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요, 두꺼비 삼촌”… 중국인들 ‘장쩌민 향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당국, 반체제우려 행사제동에도 수만명 SNS에 축하 글 올려
시진핑 독주체제에 반감 드러내

17일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90세 생일을 맞아 팬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린 친근한 이미지의 카툰. ‘젊고 
단순하게 사세요’라는 영어 축하문과 함께 ‘세상 어디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으랴’라는 탄식이 담긴 문구(오른쪽)가 쓰여 
있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7일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90세 생일을 맞아 팬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린 친근한 이미지의 카툰. ‘젊고 단순하게 사세요’라는 영어 축하문과 함께 ‘세상 어디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으랴’라는 탄식이 담긴 문구(오른쪽)가 쓰여 있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7일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는 ‘장자(長者)’ 팬들의 장수 축하 인사로 뒤덮였다.”

영국 중문판 BBC방송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90세 생일인 17일 중국 누리꾼 팬들의 축하 열기를 이렇게 전했다. 윗사람을 의미하는 ‘장자’는 장 전 주석을 일컫는 용어로 그의 팬들이 즐겨 사용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SNS에 “생일 축하해요 두꺼비 삼촌, 1초만 더(사세요)”라는 축하 글이 넘쳐났다고 전했다. 누리꾼 수만 명은 SNS에 축하글과 함께 ‘90’이라는 숫자에 장 전 주석의 얼굴을 넣은 캐리커처 등을 올렸다.

이 같은 축하 열기는 중국 당국이 장 전 주석의 90세 생일축하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와 대비된다. 중국 당국은 이 행사를 계기로 인권·노동 단체들이 반(反)체제 활동을 벌일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최근 2년간 중국 젊은층 특히 ‘주링허우(90后·1990년대 출생자)’ 사이에서 장 전 주석의 생애와 그의 발표 문장, 동작 등을 연구하고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여기에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의 어록에서 따와 1에서 10까지 숫자에 붙여 표현한 10개의 ‘축수어(祝壽語·장수를 축하하는 말)’도 널리 퍼졌다. 여기에는 건륭황제가 자신을 모든 것에 완벽하다는 뜻으로 ‘십전노인(十全老人)’으로 불렀던 것을 응용한 ‘십전장자(十全長者)’ 등이 포함됐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 씨는 “일반 국민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없어 과거 지도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씨는 “시 주석 취임 후 반(反)부패 캠페인이 민심을 얻었으나 일반 국민은 별다른 이익을 본 것이 없다”며 “오히려 권력 및 이익집단들이 이익을 다 가져가 파나마나 카리브해의 조세회피처에 숨겨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혹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개인숭배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받으며 인권 상황이 악화되는 것 등이 장 전 주석 시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장쩌민#중국#시진핑#반체제#독주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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