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장수 교체’한 트럼프… ‘집토끼 집중’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대선 3개월 앞두고 캠프 개편
강경보수 언론인 출신 전면 내세워 공화당 핵심지지층 공략에 초점

“결국 돌고 돌아 트럼프 스타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대선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우파 언론인 2명을 선거캠프 핵심에 앉히자 CNN은 이렇게 보도했다. 트럼프는 사내 성희롱 추문으로 사퇴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에게 대선 TV토론 전략을 일임한 데 이어 17일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스티븐 배넌 대표를 캠프 좌장인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다.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게 된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위원장이 트럼프를 ‘대통령답게’ 만들어 지지층을 넓히는 데 실패한 만큼 ‘꼴통 보수’ 언론인을 전면에 내세워 ‘집토끼’인 공화당 핵심 지지층을 끌어안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배넌은 워싱턴 정가에서 ‘쌈닭’으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과격한 언행으로 6월 트럼프 캠프에서 해고된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이 “배넌은 나와 유사한 대목이 있다. 그는 길거리 싸움꾼”이라고 할 정도였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에 대해 무수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에일스도 트럼프에게 대선 후보로 비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마련해준 인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토크라디오, 폭스뉴스, 보수적 웹사이트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를 무너뜨릴 공간을 만들어줬으며 이제 트럼프는 처음 자신에게 힘을 줬던 미디어 게릴라들에게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트럼프 선거캠프 개편 과정에는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와 그의 딸 리베카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입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머서 부녀는 브레이트바트뉴스에 자금을 후원하고 있으며 트럼프 지지 슈퍼팩(대규모 정치자금 후원 조직)인 ‘거짓말쟁이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PAC)’에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P통신은 매너포트가 2012년 당시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속 지역당이 미 로비회사 포데스타그룹과 머큐리를 통해 워싱턴 정가에 로비를 벌이는 과정을 알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매너포트가 2007∼2012년 지역당으로부터 1270만 달러(약 140억3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나온 것으로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에서 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대선#강경보수#공화당#핵심지지층#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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