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부인 ‘진주만 기념관’ 찾아… 아베 방문 길닦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1941년 공습시간 7시 55분에 맞춰, “2400명 희생된 곳… 가슴 아파”
日정부 “사적인 방문” 선그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22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USS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출처 아키에 여사 페이스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22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USS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출처 아키에 여사 페이스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USS 애리조나 기념관’의 추모벽 앞에서 고개를 숙인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에 헌화하고 기도를 바쳤다”고 밝혔다.

일본의 공습으로 미 해군 애리조나호가 침몰한 자리에 세워진 이곳을 아키에 여사가 방문한 시간은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개시한 바로 그 시간인 ‘오전 7시 55분’이었다. 일본 매체 겐다이(現代)비즈니스는 아키에 여사가 기념관을 둘러본 뒤 “여기서 2400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전시된 자료를 보고 다시 한번 진주만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아키에 여사의 이번 방문이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일 양국 정상의 ‘피폭지-진주만 교차 방문’은 역사의 앙금을 풀고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예전부터 거론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월 역대 미 대통령 중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후 미국의 요구가 더 거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진주만을 찾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 측에서는 구체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11월 중순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하와이를 들르는 방안과 12월 7일 진주만에서 열리는 공습 75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키에 여사의) 하와이 방문은 해양환경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사적인 방문”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서도 “전혀 예정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진주만기념관#아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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