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클린턴재단 및 개인 e메일 관련 의혹과 관련해 두 명의 여성이 주목받고 있다. 클린턴의 수많은 측근 가운데 투 톱으로 꼽히는 셰릴 밀스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51)과 후마 애버딘 전 국무장관 비서실 부실장(40)이다. 이들은 클린턴재단과 국무부 간의 커넥션, e메일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부각되면서 알려진 것 이상으로 클린턴의 많은 것에 개입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시티즌스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가 정보공개청구 소송 끝에 23일 공개한 클린턴재단과 국무부 당국자의 통화 목록에 따르면 재단은 클린턴에게 연락하기 위해 밀스에게 끊임없이 접촉했다. 재단의 최고운영책임자인 로라 그레이엄은 2010∼2012년에 최소한 148건의 전화 메시지를 밀스에게 남겼다. 한 메시지에는 ‘우리 보스’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국무부는 최근 밀스가 국무장관 비서실장으로 일할 당시 뉴욕으로 가 클린턴재단의 사원 채용 인터뷰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재단이 밀스에게 보낸 메시지에 불법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클린턴재단과 클린턴 장관 시절 국무부 간 특수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 언론들은 밀스를 클린턴의 측근(aide)을 넘어 ‘비밀을 털어놓는 막역한 친구(confidant)’로 부른다. 공약이나 유세 일정을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어젠다나 정무적 판단을 놓고 허물없이 대화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1999년 르윈스키 스캔들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도 변호인으로 나섰던 밀스는 지난해 공개된 클린턴의 e메일에서 친구 사이를 연상케 하는 대화를 나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밀스는 바쁠 때는 e메일에서 클린턴에게 yes 대신 ‘y’로 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4년 클린턴에게 “진흙탕 선거를 다시 치를 자신이 있느냐”며 측근들 중 거의 유일하게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밀스였다.
역시 클린턴재단이 거액 기부자와 클린턴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수시로 연락한 것으로 드러난 애버딘은 별명이 ‘첼시 언니’다. 별명대로 그는 20년 동안 클린턴의 가족이자 분신으로 통해 왔다. 스무 살 때 백악관 인턴으로 당시 대통령 부인인 클린턴과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수행을 전담해 클린턴이 보는 서류는 물론이고 커피잔까지 그의 손을 거친다. 문고리 권력인 셈이다.
워싱턴 의회 주변에선 “힐러리에게 연락하려면 빌이 아니라 후마에게 전화해라”라는 말이 나온다. 어린 시절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내 워싱턴에서 흔치 않은 무슬림이기도 하다. 2013년 뉴욕 시장 선거에 나서려던 남편(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리자 공개적으로 용서를 해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 대처 방식을 따라 했다는 말도 들었다.
AP통신은 국무부 일정을 분석한 결과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민간 인사 154명 중 절반이 넘는 최소한 85명이 클린턴재단에 총 1억5600만 달러(약 1750억 원)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e메일 파동이 갈수록 클린턴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통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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