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비밀주의’ 닮은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모금행사 언론에 공개않고 구체적 건강기록도 안밝혀 ‘유권자의 알권리 무시’ 논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접어들면서 힐러리 클린턴(69)과 도널드 트럼프(70)의 ‘비밀주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건강기록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 16개월간 진행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한 번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역시 모금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선거 기간 중은 물론이고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도 자금모금 행사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해 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55)과는 전혀 딴판이다.

두 후보의 비밀스러운 선거자금 모금 행태를 두고 ‘국정운영 철학을 일부 고소득층 유권자들에게만 자세히 설명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일반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명한 정부’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선라이트재단의 멀리사 예거 수석연구원은 “(모금 행사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도 클린턴과 트럼프 측에 ‘일부 기자들이라도 언론을 대표해서 모금 행사를 취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령 후보 간의 경쟁임에도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이전 대선 후보들에 비해 건강기록 공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모두 지난해 간단한 의료기록만 내놓았다. 특히 트럼프는 심장박동수, 콜레스테롤 수치, 과거 병력(病歷) 같은 기본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의과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건강 상태가 급변할 수 있는 연령대이고 선거운동 등 무리한 일정은 건강 악화를 빨리 초래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좀 더 자세한 건강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힐러리#트럼프#모금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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