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프리카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선발주자인 중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베 총리는 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민관 합동으로 300억 달러(약 33조4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가운데 100억 달러는 기반시설 정비에 쓰인다. 나머지 금액은 아프리카의 보건 시스템 구축과 테러 대책 마련 등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발전을 뒷받침할 인재 1000만 명 육성에 사용될 예정이다.
TICAD는 일본 주도로 아프리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993년 첫 회의를 한 뒤 5년마다 일본에서 회의를 개최해왔다. 이번에 그 간격을 3년으로 좁히고 회의 장소도 아프리카로 옮겼다. 2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아프리카 50개국의 정상 및 각료들이 참석해 일본의 아프리카 진출 노력에 호응했다.
일본이 아프리카에 주목하는 이유는 라이벌인 중국이 대(對)아프리카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 집계에 따르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연간 무역액은 약 2200억 달러로 일본과 아프리카 무역액(약 300억 달러)의 7배를 넘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아프리카 대륙에 향후 3년간 6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힘과 위압과는 무관하고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장으로 키우겠다”며 “아시아에 뿌리 깊은 민주주의, 법의 지배, 시장경제 아래에서의 성장이 아프리카 전역을 에워싸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다분히 중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정부는 아예 이 기회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54개국 인구 11억 명을 가진 아프리카 대륙은 출산율이 높아 2050년이면 인구가 30억 명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의 전략적 잠재력은 경제적 이익에만 있지 않다. 일본 정부는 아프리카와의 우호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2023년까지 아프리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배출해야 한다. 안보리 개혁이라는 일본과 아프리카의 공통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유엔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유엔 내 큰 표밭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얻고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도 노리면서 △역내 라이벌인 중국까지 견제하는 ‘1타 3피 이상’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그동안 유엔 개혁과 관련해 인도 독일 브라질과 ‘G4 그룹’을 형성해 ‘G4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통한 안보리 권력의 분산’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공개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혀왔고, 한국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유엔 소식통은 “일본의 아프리카 국가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나, 미국의 일본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모두 ‘점점 더 힘이 커지는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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