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히스패닉 공격 태도 바꿔… 9월 3일엔 흑인교회서 첫 연설
일부 여론조사서 힐러리와 동률
CNN “인종갈등만 더 부추겨” 오바마측근 “사이코패스” 비난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지지율 부진에 고심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계 표심을 잡기 위해 갈수록 자극적이고 과격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일견 소수 인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들리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인종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CNN)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는 29일 트위터에 “얼마나 상황이 더 나빠졌는지 봐라. 얼마나 더 많은 범죄와 더 많은 총격이 있어야 흑인과 라틴계들이 ‘트럼프=안전’이라는 구호에 투표하겠느냐”고 올렸다. 이어 “흑인들은 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들에 대한) 학살을 멈출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나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흑인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스타일의 정책이 빈민들에게 얼마나 끔찍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이제 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2일 오하이오 주 애크런 유세에서는 흑인 등 소수계 유권자들을 향해 “클린턴은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사는 방식은 재앙이다. 내가 범죄를 없애 여러분이 총에 맞지 않고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나 마약범이라고 공격했던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표현들이다.
트럼프는 31일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애리조나 주에서 유세를 갖고 불법 이민자 문제 등을 담은 이민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 대해서는 추방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도 일부 합법적 이민자는 어떻게 포용할지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음 달 3일에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흑인 교회인 ‘위대한 믿음을 가진 목사들’에서 대선 레이스 시작 후 처음으로 흑인을 대상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소수 인종에 대한 트럼프의 ‘표변’은 일단 지지율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2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공동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44%로 지지율이 같았다. 같은 기관의 2주 전 조사에선 클린턴이 46%로 42%의 트럼프를 4%포인트 앞섰다. 트럼프의 경우 지난달 무슬림 전몰 용사 부모 비하 발언 후 대형 악재는 없었던 반면 클린턴은 클린턴재단 거액 기부 논란과 개인 e메일 추가 발견 등 각종 의혹이 터지면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수 인종에 대한 트럼프의 오락가락 행보를 반대자들은 ‘정신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2008년 대선 승리의 1등공신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플러프는 28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사이코패스 후보가 한 명 있다”고 트럼프를 겨냥했다. MSNBC 방송의 유명 여성 진행자인 미카 브레진스키도 이날 방송에서 “정신 건강 관련 일에 종사하는 누군가는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에게 이런 (미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트럼프)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 건강 문제는 감춰서는 안 될 사안이며 당뇨병이나 다른 신체적 건강 문제와 같은 것이다. 농담이 아니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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