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무원들, 차이잉원 연금개혁 반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3시 00분


교사-퇴역군인 등 11만명 집회 “총통 물러나라” 구호도 외쳐
차이 “미래세대 위한 것” 강행 의지

5월 취임해 집권 100일을 최근 넘긴 대만의 첫 번째 여성 총통 차이잉원(蔡英文·60·사진)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교사, 군인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과 포커스타이완 등에 따르면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는 3일 공무원, 교사, 퇴역 군인 등 11만 명 이상이 ‘연금개혁 반대’와 ‘총통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대만 역사상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총통 퇴진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시위에는 훙슈주(洪秀柱) 국민당 주석 등 야당 인사도 참여해 차이 총통이 무리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이 총통은 집권 초부터 공무원, 교사, 군인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금 수령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고, 일각에선 기금 고갈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들 연금의 평균수령액은 월 5만∼7만 대만달러(약 176만∼247만 원)로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약 1만6000대만달러·약 56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차이 총통은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교사,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설득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임 후 경기 침체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무리하게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을 ‘문제 있는 집단’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7월까지는 차이 총통에 대해 절반 이상의 국민이 만족한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만족한다’고 답한 국민의 비율이 45.5%로 떨어졌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4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포럼에 참석해 “연금개혁은 젊은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더 큰 반대가 있더라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대만#공무원#연금개혁#차이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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