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 힐러리, 12일 유세 전격 취소…美 대선 최대 쟁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13시 26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9)이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수차례 휘청거리며 차량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클린턴 주치의는 “9일 폐렴 진단을 받았으며 이날 고온과 탈수 증세를 보였지만 나아졌다”고 밝혔으나 12일 예정된 캘리포니아 유세를 전격 취소하는 등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개월 전부터 제기된 클린턴의 건강 문제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11일 오전 뉴욕 맨해튼의 9·11테러 발생 장소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1시간 반 가량 현장을 지켰던 클린턴은 행사 도중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갑자기 자리를 떴다. 이어 자신의 검은색 밴 차량을 기다리던 클린턴이 갑자기 두 차례 크게 휘청거렸다. 부축을 받고 차량에 올라타면서도 인도와 차도 사이 턱에 발이 걸리고 무릎이 꺾여 차량 안쪽 좌석으로 크게 쓰러졌다. 폭스뉴스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클린턴이 차량 안으로 들어가며 졸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신고 있던 신발 한 짝도 분실했다.

이후 클린턴은 언론의 추적을 따돌리며 맨해튼에 있는 외동딸 첼시의 아파트로 이동해 1시간 반 가량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의 뉴욕 주 차파쿠아 자택으로 갔다. 클린턴 캠프의 닉 메릴 대변인은 “클린턴이 추모식 도중 더위를 먹어 딸의 아파트로 갔으며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첼시의 아파트를 나오며 선글라스를 쓴 채 기자들에게 “(몸 상태는) 아주 좋다. 오늘 뉴욕이 아름답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날 뉴욕의 오전 기온은 섭씨 30도에 조금 못 미쳤고 습도는 40%로 평년 수준이었다.

클린턴은 5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연설에서도 연신 기침을 해 건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문제 삼아 “힐러리의 심각한 기침을 주류 언론이 취재하지 않는다”며 쟁점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클린턴은 국무장관이던 2012년 12월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려 실신하며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켰고, 검진 과정에서 혈전이 발견돼 수개월 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국무부에 복귀했다. 7월 개인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는 과정에선 “뇌진탕 이후 보고받은 내용 모두가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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