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좋아하지만 전공으로 택하면 취직이 어렵다.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것 말고 다른 기회가 있나. 그래서 이공계 전공을 고려 중이다.”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 두려운 학생들은 미국에도 있다. 대학에 갓 입학했으나 취업 때문에 역사 전공을 주저하는 이 학생들을 전공 설명회 자리에서 직접 만난 스티븐 펄스타인 조지메이슨대 행정학과 교수는 2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우수한 학생들도 영문학이나 역사를 전공으로 택하면 무일푼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인문학 기피 실태를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에서 문과 전공 인기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학술원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미국에서 수여된 학사 학위 중 12.1%가 인문학 학위였으나 2014년에는 9.9%까지 하락했다. 1987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이 처음이었다. 반면 이공계 전공 비율은 증가세다. 자연과학 학위 수여 비율은 11년째 오름세로 2014년 19%를 기록했다. 공학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6%까지 감소했다가 꾸준히 증가해 2014년 7.8%로 올라섰다.
‘문송’ 공포에는 이유가 있다. 조지타운대 분석에 따르면 2009~2013년 기준 이공계 학사 학위를 갖고 있는 25~59세의 연봉 중간값은 7만6000달러(약 85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문학 전공자는 5만1000달러(약 5700만 원)였다. 2011~2012년 기준 실업률도 인문학 전공자(8.4%)가 공학 전공자(6.5%)보다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까지 나서 자녀들의 인문학 전공을 막는 실정이다. 조지메이슨대 입학담당자 매슈 보이스 씨는 “학부모들이 투자수익률을 계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펄스타인 교수는 인문학 전공자가 굶주리게 된다는 걱정은 “과장됐다”고 비판한다. 인문학 전공자 연봉 중간값으로 측정된 5만1000달러면 “미국 중산층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문학 교육은) 자유로운 생각으로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도록 도와준다”며 장래에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직종에 인문학 전공자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펄스타인 교수는 “학생들이 셰익스피어 수업 하나 들어보지 못하고 인생 전체를 회계 공부에 바칠 결정을 18세 때 이미 했다는 것보다 더 우울한 건 없다”며 대학의 지나친 직업 학교화(化)를 비판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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