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다음 타깃은…EU 경쟁위, 맥도널드-아마존에도 ‘세금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22시 30분


“이제는 맥도널드와 아마존이다.”

애플에 유럽 사상 최대 규모인 밀린 세금 130억 유로(약 17조1600억 원)를 토해 내라고 결정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유럽연합(EU) 경쟁담당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최근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표적’을 공개했다. 애플처럼 룩셈부르크에서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두 기업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 소속으로 베스타게르가 이끄는 경쟁위원회는 최근 전 세계 대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애플과 구글 GE MS 필립스 다임러 DAF 볼보 지멘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격 담합(카르텔) 등의 이유로 걸려들었다.

한 번 걸리면 과징금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EU 경쟁위가 올해 들어 7월까지 거둔 벌금은 카르텔 분야에서만 30억7568만 유로(약 3조783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는 3억6453만 유로였다. 경쟁위는 올 7월 카르텔을 이유로 5개 트럭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다임러(10억 유로)와 DAF(7억5000만 유로)는 1969년 이후 개별 기업이 받은 벌금 최고액을 경신했다.

경쟁위는 집행위 내에서도 권한이 가장 세다. EU 통합의 근간인 ‘단일 시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일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필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공정거래위 가운데 EU 경쟁위만 갖고 있는 역할이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 지원 적발이다.

애플도 아일랜드 정부에서 세금 특혜라는 불공정한 지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공정한 세금을 매기는 건 나의 의무”라며 “회사의 크기와 분야, 국적을 막론하고 EU 단일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룰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스타게르의 별명은 ‘구글 침대 밑의 고블린(도깨비)’이다. 구글은 미국 타임지가 ‘구글 최악의 악몽은 베스타게르’라고 할 정도로 EU 경쟁위의 연이은 제동에 애를 먹고 있다. 경쟁위는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광고업체와 쇼핑업체들에 횡포를 부렸다는 이유로 세 번째 반독점 제소를 준비 중이다. 집행위는 제소 한 건당 구글 총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 집행위가 몇 년 동안 어떤 전문가도 해내지 못한 애플의 탈세 규모를 명확하게 짚어냈다”고 평가했다. EU 경쟁위는 애플이 아일랜드와 비공개 담합을 통해 10년 넘게 130억 유로의 세금을 피해 온 것으로 추산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190억 유로라는 계산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애플에서 법인세를 추징하고 싶어 했던 미국은 자국 기업의 세금을 EU에 뺏긴 꼴이 됐다.

EU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워낙 권한이 막강해 EU의 최고 엘리트들이 경쟁위로 다 몰려간다”고 전했다. 덴마크의 야당 대표를 지낸 ‘철의 여인’ 베스타게르의 두둑한 배짱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EU 국가들 사이에서는 “EU 경쟁위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 기업들을 유럽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는 불만도 많다. 청년 실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회원국 정부들은 다국적 기업의 일자리가 절실하다. 아일랜드 정부도 애플이 철수해 55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투자하기 좋은 유럽을 만드는 것도 모든 사람이 이익을 볼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며 “몇몇 기업만 혜택을 보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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