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은 요즘 말 그대로 만신창이다. 전신인 민주당 시절 2009년 총선 승리로 집권했다가 3년 3개월 만인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빼앗긴 뒤 연전연패 중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이후 리더십 실종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475석 중에 겨우 73석을 건지더니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선 11석을 상실하면서 242석 중 겨우 49석만 확보했다. 덕분에 자민-공명 연립정부는 중의원-참의원에서 모두 개헌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로기 상태인 민진당의 구원투수로 과거 일본 정계에선 상상도 못 할 인물이 부상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대만 화교 출신으로 수영복 차림의 CF 모델과 뉴스 진행자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렌호(蓮舫·49) 민진당 대표대행이 주인공이다. 그는 15일 실시될 민진당의 당 대표 선거에서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국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민진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렌호 대표대행은 지지율 32%를 기록해 19%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54) 전 외상과 4%인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47) 국회대책부위원장을 압도하고 있다.
렌호 대행은 1967년 대만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엔 아버지의 성 ‘셰(謝)’를 쓰다가 18세에 일본 국적을 선택하며 어머니 성인 사이토(齋藤)를 사용했다. 1988년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재학 중 자동차 오디오 제품 모델로 발탁됐고 대학 졸업 후인 1993년 TBS와 TV아사히의 뉴스진행자로 발탁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자유기고가인 무라타 노부유키(村田信之) 씨와 결혼한 그는 2004년 민주당 후보로 도쿄 참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무라타라는 성을 빼고 렌호란 이름으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민주당 간 나오토(菅直人) 정부에서 행정개혁담당상으로 발탁된 직후인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전국 최고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올해 19세 된 이란성 쌍둥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부드러운 미소로 무장한 렌호 대행이 정치적 비전은 부족해 보이지만 대중과 소통이란 측면에서 민진당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후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대만계 혼혈 연예인 출신인 그의 정치적 약진이 5일 미스 월드 일본 대표로 인도계 아버지를 둔 프리얀카 요시카와가 뽑힌 것과 맞물려 보수적 일본 사회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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