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총리 訪中… 리커창 만나 “남중국해, 양국관계에 영향 없어야”
리커창 “메콩강 개발 등 협력” 화답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총리(사진)가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남중국해 문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에 리 총리는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연관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양국이 함께 노력해 대립을 관리해서 상호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남중국해 갈등을 옆으로 미뤄둔 채 인프라 건설, 메콩 강 개발, 무역투자, 금융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회담에 대해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첨예화하지 않고 관계 발전에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많은 합의를 낳은 이날 회담은 자칫 논쟁으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었다. 중-베트남 회담이 열리던 날 공교롭게도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연합 2016’ 훈련을 시작했다. 영유권 분쟁 당사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선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권력 1∼4위 이른바 ‘빅 4’의 권력자가 외교에도 관여한다. 이 중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친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응우옌푸쫑 총서기는 친중 성향이다. 하지만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이 지도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올해 5월 22∼25일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전 이래 지속돼 온 무기 금수를 해제해 양국 관계에 큰 전환기를 맞았다. 응우옌푸쫑 총서기는 2월 12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첫 해외 특사를 베이징에 보냈다. 미국과의 대형 이벤트 발표에 앞서 중국을 배려함으로써 미중 간 균형 잡기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양당과 양국은 운명공동체”라며 베트남과의 우의를 강조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일본, 인도와도 접촉의 폭을 넓히고 있다. 5월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냉전 시대 이래 전통적인 양국 관계를 강조하는 등 베트남은 ‘전방위 강대국 실리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