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돌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트럼프는 2011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본토 태생에 관한) 출생기록이 없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거기에는 그가 무슬림이라고 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옛 우체국 자리에 들어선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행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2008년 민주당 경선 때 먼저 ‘버서’(birther·출생 논란을 이슈화하는 것) 논쟁을 시작했다. 그 논쟁을 내가 끝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태어났다”며 과거 발언을 번복했다.
버서 논쟁은 2008년, 2012년 대선 당시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의혹을 부추겨왔으나 갑자기 논란의 발단을 클린턴 탓으로 돌리며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가 8월 스티브 배넌 전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를 선거캠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뒤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표변’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경위가 어찌됐든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세련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버서 논쟁을 부추겨놓고 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을 비난했다.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흑인여성 어젠다’ 심포지엄 연설에서 “트럼프는 어제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출생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EU) 의장은 트럼프에 대해 “전 세계의 문제 거리”라며 공개 비난했다. 슐츠 의장은 15일 독일 슈피겔온라인 인터뷰에서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지식을 허튼소리로 치부하는 사람이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중대한 순간’이 도래한다”며 “트럼프는 단지 EU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유럽에서도 그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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