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구하기 나선 오바마 “안 찍어주면 나에 대한 모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美 의회 흑인코커스 연설서 “우리의 업적 위기” 클린턴 지지 호소

“여러분이 클린턴을 찍지 않으면 나에 대한 모욕으로 여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위기에 처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 구하기에 직접 나섰다. 클린턴은 최근 건강이상설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어느새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핵심 경합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에게 밀리거나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의회 흑인코커스 연례만찬 연설에서 클린턴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갖는 마지막 흑인코커스 연설 자리였다. 그는 “(트럼프의 부상으로)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모든 업적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11월 대선 투표용지에 내 이름은 없지만 우리가 이룩한 모든 진전이 투표용지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에 무관심한 흑인 유권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흑인)가 누굴 찍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라. 흑인의 투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표하지 않는 것을 개인적 모욕으로 여길 것이라며 자신에게 좋은 송별을 해주고 싶다면 반드시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비판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트럼프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났다”며 돌연 자신의 태생 논란(birther)에 종지부를 찍은 것을 조롱했다. 그는 “마침내 출생과 관련된 문제가 총정리돼 홀가분하다. 사실 이슬람국가(IS)와 북한 문제, 기후변화 등 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내 출생증명 입증만큼 내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없었다”고 농담했다.

그러고 나선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는 흑인 민권운동과 짐 크로 법의 흑인차별 정책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채 ‘흑인으로 살기 힘겨웠던 시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에 가봐야 한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짐 크로 법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으로 1965년 폐지됐다. 만찬에 참석한 클린턴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위험하고 분열을 초래하는 사람의 손에 넘겨줄 수는 없다”며 트럼프 비난에 가세했다.

CNN은 “대선을 50일 남겨둔 시점에서 트럼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이자 흑인사회에 클린턴 지지를 요청하는 가장 힘찬 호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는 대신 민주당 진영의 위기감만 노출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1차 TV 토론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양당 부통령 후보도 다음 달 4일 TV 토론을 앞두고 스파링 파트너를 선정해 연습에 돌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각각 로버트 바넷 변호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를 토론 연습 상대로 골랐다고 17일 보도했다.펜스 역할을 맡은 바넷은 클린턴 부부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고객으로 둔 워싱턴의 중견 변호사다. 1980년대부터 대선 TV 토론의 민주당 측 단골 연습 상대로 유명하다. 케인 역할을 맡은 워커 주지사는 당내 대선 경선에서 조기 하차한 후 3월까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다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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