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생한 미국 뉴욕과 뉴저지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남성이 19일 총격전 끝에 경찰에 체포됐다. CNN은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오전 이번 폭탄테러 용의자로 지명 수배한 아마드 칸 라하미(28)가 뉴저지 주 린든에서 총격전 끝에 체포돼 구금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라하미는 이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쳐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다고 CNN은 전했다. 라하미의 공개 수배와 체포를 기점으로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폭탄 테러’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FBI와 뉴욕 경찰은 이에 앞서 맨해튼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17일 맨해튼 첼시 지역 23가에서 발생한 쓰레기통 폭발과 27가에서 발견된 ‘압력솥 폭탄’ 모두 라하미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키 168cm, 몸무게 91kg인 라하미는 1988년 1월 23일 아프간에서 태어난 뒤 이민 온 미국 시민으로 최근까지 뉴저지 주 엘리자베스에 거주하며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킨집 종업원으로 일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맨해튼 폭탄테러 다음 날인 18일 저녁 뉴저지 주 엘리자베스역에서도 급조 폭발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엘리자베스역에서 발견된 폭발물들이 전날 맨해튼 폭발 사건이나 뉴저지 주 마라톤 행사장 폭발 사건과 연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CNN은 “라하미의 최근 주소지가 엘리자베스인 만큼 이 역시 그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CNN 등에 따르면 두 남성이 이날 오후 9시 반경 이 기차역의 쓰레기통에서 전선과 파이프가 나와 있는 수상한 배낭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배낭 안에는 급조 폭발물 5개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변에 휴대전화나 전자 시한장치는 없었다. 경찰은 폭탄 처리 로봇을 투입해 폭탄 해체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급조 폭발물 1개가 터졌다. 나머지 폭발물 4개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맨해튼 폭발 사건 후 병원으로 이송됐던 부상자 29명은 모두 퇴원했다. 뉴욕 주는 맨해튼 주요 지역에 경찰관과 주방위군 1000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잇따른 폭발 사건으로 대선 후보들의 대(對)테러 능력이 50일도 남지 않은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즉각 ‘폭발(explosion)’을 ‘폭탄공격(bombing)’으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17일 맨해튼 폭발 사건 직후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유세에서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고 아직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뉴욕에서 폭탄이 폭발했다”며 테러 발생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끔찍하다. 우리는 이것(테러)을 끝장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의 즉각적이고 명료한 대응이 큰 호응을 얻자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트럼프처럼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정확한 사실과 관련 정보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하다”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하지만 뉴욕 테러가 의도된 폭발일 가능성이 짙어지자 ‘(맨해튼 폭발 사건으로) 다친 모든 사람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치 전문가들은 “클린턴은 지나친 신중함 때문에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트럼프를 안보 이슈에서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법과 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테러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트럼프가 테러 발생 땐 더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UPI통신이 9·11테러 15주년(11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테러 문제를 잘 다룰 것 같은 후보’로 트럼프를 꼽은 응답자는 49%였고, 클린턴은 27%에 그쳤다. 미 언론은 “국무장관 출신 클린턴이 국가 안보와 대(對)테러 능력에서 비즈니스맨 트럼프를 압도하지 못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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