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의 득표율로 역대 최연소에 최초의 여성 로마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38)이 취임 3개월 만에 낙마 위기에 몰렸다. 그가 로마 시 환경국장으로 임명한 파올라 무라로의 부패 혐의가 드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라지 시장이 임명 전부터 무라로 국장의 부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거짓말 논란까지 일었다. 재무국장을 포함한 시청 고위직 5명이 줄줄이 부패와 직권남용 관련 혐의로 사퇴했다. 1순위로 해결하겠다던 쓰레기는 올여름 내내 거리에 넘쳐났다. ‘오성운동’의 지지율도 더불어 급락하고 있다.
라지 시장은 이탈리아 정치의 고질병인 부패를 없애고 쓰레기 문제와 교통 정체를 해소하는 ‘생활정치’로 다른 길을 걷겠다는 제3정당 오성운동을 향한 기대가 원동력이었다. 오성운동은 로마시장뿐 아니라 결선까지 간 20곳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19곳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인기가 뚝 떨어졌다.
라지 시장은 21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를 겨우 치울 수 있을 정도로 재정 형편이 나쁘고 1960년 로마 올림픽 빚도 아직 못 갚고 있다. 이런 도시에서 올림픽을 연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2024년 여름올림픽 유치 경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로마시장 선거유세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을 때 “전시행정만 일삼던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다”며 호응했던 로마 시민들의 시선이 지금은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제3정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몰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달 18일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표율 14%로 의회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이면에는 5년 전 똑같이 주목받았던 해적당의 몰락이 있다. 해적당은 2011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8.9%의 지지를 받으며 베를린 의회에서 15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는 득표율 1.7%로 모든 의석을 잃었다. 온라인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2006년 스웨덴에서 창당한 이후 유럽 곳곳에서 선전했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어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몰락한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창당 1년 만에 2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스페인의 극좌정당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도 제동이 걸렸다. 올 6월 총선에서 지난 총선보다 110만 표가 줄어든 3위에 그쳤다. 좌우 이념의 벽을 뛰어넘을 만큼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데모스는 반(反)긴축 정책을 고리로 좌파연합을 이뤄냈지만 대표가 우파 유권자들의 표를 잡기 위해 민족주의적 발언을 하면서 갈팡질팡했고 내부 권력 투쟁까지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며 “급속도로 세가 커지고 권력을 갖게 된 정당이 그동안 과대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