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수영복을 입은 긴 생머리의 늘씬한 여성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 뒤 푸른 수영장 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첫 장면만 보고 예상하기 힘들었겠지만, 이는 일본의 한 지자체가 공개한 ‘양식 장어’ 특산물 홍보 영상이다.
최근 일본 가고시마 현 시부시 시에서는 유튜브 등을 통해 양식 장어를 여성으로 의인화한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양식 장어는 이 지역의 특산물이자 고향 납세 답례품이다.
고향 납세 답례품이란 일본에서 ‘고향세’를 내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답례품을 말한다. 일본의 ‘고향 납세제도’는 납세자가 일본 내 특정 지자체에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내면 일부 세액공제 받은 뒤 그 지역의 특산품 등으로 되돌려 받는 제도다. 사실상 기부금이며, 각 지자체에서 납세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가의 답례품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 영상은 시부시 시에서 고향 납세품인 장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2분 남짓한 영상을 보면 수영장을 무대로 “그녀와 만난 것은 1년 전 여름이었다”는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한 소녀가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그 날부터 내레이터 남성은 자신을 “키워 달라”는 여성을 돌보기 시작한다.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하고 수영장 물도 천연 지하수로 공급한다. 일년 뒤, 여성은 작별인사를 하고 수영장에 뛰어든 뒤 ‘장어’로 변신한다. 이어 불판 위 맛깔스런 장어구이로 화면이 바뀌고, 수영장에 다시 다른 소녀가 등장해 키워 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영상은 끝이 난다.
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어를 의인화 해 우리 지역에서 장어를 정성껏 기르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영상을 보고 시부시를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이 동영상은 공개 일주일도 안 돼 37만 뷰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지의 다수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이 성적인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영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영상을 접한 한 네티즌은 “영상의 구도나 설정 등이 마치 포르노를 연상케 한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소녀를 수영장에 가둬놓고 키워서 결국 먹어버린다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의미로 무섭다” “여성을 사육한다니, ‘사육’에서 성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 감금 사건 등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 “영상을 만들 때 이런 논란을 예상 못했나, 지자체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지만 오히려 시부시시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 흔히 착용하는 수영복을 입었으며,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소녀가 무척 어려 보여 아동 성애 요소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이는 트위터를 통해 “학교 수영복, 거기다 포르노에서 흔한 ‘사육’이라는 설정”이라며 해당 영상이 청소년을 성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훨씬 더 어려보이는 소녀가 등장한다는 게 무섭다”는 이도 있었다.
이 밖에 “카니발리즘(인육을 먹는 관습)을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부시 시는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26일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들은 시 공식 사이트를 통해 “시민 여러분께 막대한 폐를 끼친 것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며 “음란한 표현이나 성차별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양식 장어를 정성껏 키우고 있는 부분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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