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둘·아빠가 한 명, 세계 최초 ‘세 부모 아이’ 태어나…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16시 39분


미국에서 엄마가 둘, 아빠가 한 명인 '세 부모 아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태어났다. 두 엄마의 난자를 하나로 합쳐 새로운 난자를 만든 다음, 여기에 아빠의 정자를 수정한 것으로, 세 부모 모두의 유전적 형질을 물려받았다.

27일 미국 뉴욕 새희망출산센터 연구팀은 세계 최초의 세부모아이 '아브라힘 하산'을 공개했다. 이 아이는 윤리적 문제를 피해 관련법이 없는 멕시코에서 4월 6일 태어났다. 하산은 현재 생후 5개월째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새희망출산센터는 밝혔다.

하산의 부모는 아이에게 유전병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하산의 친모는 중추신경계 질환인 '리 증후군' 인자를 갖고 있다. 아이를 낳길 희망했지만 지난 10년간 아이를 4번 유산했고, 어렵게 얻은 2명의 아이도 6살, 8개월 만에 각각 사망했다.

새희망출산센터 연구진은 리 증후군이 세포의 핵이 아닌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유전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유전질환이 없는 건강한 난자에 친모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리 증후군처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을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150여 가지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엄마의 난자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연구진은 모두 5개의 난자를 제공받아 친모의 난자핵으로 치환했고, 시험관 안에서 아빠의 정자와 수정했다. 그 중 유일하게 하나의 수정란만 정상적으로 엄마의 자궁에 착상해 하산으로 태어났다. 연구팀은 "하산의 미토콘드리아를 검사했지만 앞으로 유전적 질환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세 부모 아이 출산은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변경하는 기술이라 윤리적 논란도 나온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유전자센터 베르트 스미츠 교수는 "아이의 몸 속에서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늘어나지 않는지 꾸준히 살펴본 뒤 판단할 일"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에대해 존 장 새희망출산센터 대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곧 윤리적인 일"이고 밝혔다.

새희망출산센터는 이번 연구와 출산 결과를 학술지 '임신과 불임' 27일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미국생식의학회'에서 상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기자 sb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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