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6일 1차 TV토론에서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 기존과 달라진 태도를 보여 배경에 유럽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이 발언이 미국 동맹국들에는 안도와 혼란을 동시에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7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을 때 나머지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개입하는 조항을 재고하겠다”며 나토에서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안보에 공백을 우려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유럽군 창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7일 유럽연합(EU) 국방장관회의에서는 유럽군 지휘부 설치가 공식적으로 처음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던 트럼프가 이번 토론에서 “나는 나토가 테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왔고 그들은 이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나토에 대한 신뢰를 보인 것이다.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가 그동안 나토에 불만을 제기한 목적이 나토 해체가 아니라 나토가 제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였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래서 이 토론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토의 역할을 테러 대처로 국한시키면서 또 다른 대결 축인 러시아에 대한 비중을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는 여기에 자기 자랑을 덧붙이다 나토에 대해 따 놓은 점수를 까먹었다. 그는 “나토가 새로운 테러 부서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고 그게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동안 나토를 비판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발끈했다. 그는 “새로운 부서는 트럼프의 비판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들의 반(反)테러 노력에 도움을 주려고 만든 것”이라며 “트럼프가 발언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토의와 검토를 거쳤다”고 반발했다. “나토가 테러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언급하며 “수년 동안 동맹국이 국제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는 데 나토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내고 있다는 불만은 여전히 강하게 나타냈다. 나토 고위 관료는 WP에 “트럼프의 입장이 워낙 자주 바뀌고 있어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유럽 언론들은 대체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침착했고 잘 준비했다”며 트럼프보다 높게 평가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억만장자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한 트럼프는 역시 변덕스럽고 불안정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트럼프는 토론 내내 불안정해 보였고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클린턴이 토론에서는 트럼프보다 나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1년 넘게 토론에서 불안정해 보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는데도 늘 이겨 왔다”며 토론 후 판세 전망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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