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스푸트니크 위기’ 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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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 10월 4일 당시 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R-7 로켓이 굉음과 함께 상공으로 치솟았다. 5분 후 로켓은 지름 58cm, 무게 83.6kg의 몸체에 안테나 4개가 달린 알루미늄제 구(球)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다. 인류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다. 미국을 경악시킨 것은 위성보다도 소련이 핵탄두로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한 장거리 로켓이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스푸트니크 위기(Sputnik crisis)’라는 말로 충격과 당혹감을 나타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한참 얕봤다.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수소폭탄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다”고 호언해도 허풍으로 치부했다. 국력에서 소련을 능가한다는 자신감이 착각이었음이 판명되면서 미국은 절치부심했다. 항공우주국(NASA)을 만들고 과학기술 분야에 엄청난 예산을 쏟았다. 교육도 기초학문을 중시하는 쪽으로 대폭 개편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으면서 미국은 비로소 우주개발 경쟁에서 역전하게 된다.

 ▷2011년 1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금 우리 세대는 (또 다른)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지적하면서 연구와 교육에 대한 대대적 투자방침도 밝혔다. 그때 오바마가 모범적 사례로 꼽은 것이 한국의 교육과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도 핵으로 타격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이 됐다.

 ▷올해 북이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스푸트니크 이상이다. 국가 비상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건만 여야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통과가 적법했는지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일부 극렬노조는 파업 투쟁까지 하고 있다. 고질적인 위기 불감증인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인지 헷갈린다.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역사에서 반복된 교훈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스푸트니크 위기#sputnik crisis#북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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