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사진) 대만 총통이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언제든 만날 의사가 있지만 회담을 위한 중국의 정치적 조건 제시는 양국 관계 개선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전제 조건이 없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선(先)수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대만은 과거 갈등과 대립의 길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5월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기회를 제공했지만 중국은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했다고 비난했다.
차이 총통은 그런 압박의 예로 지난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 중국의 압력으로 참석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을 꼽았다. 또 중국이 92공식을 인정한 신베이(新北) 등 ‘범국민당파 8개 시와 현’에만 관광객을 몰아주는 관광 상품을 기획하는 등 지자체 분리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차이 총통은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민주사회에서 압력은 모두가 느끼게 된다”며 “대만에서는 어떤 결정도 민의에 거슬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과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대만은 주권을 가진 독립적인 국가”라고 선을 그은 뒤 “(대만인들은) 홍콩인들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추구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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