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의 위력…“레노버, 후지쓰 PC 부문 인수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13시 17분


일본 전자 대기업 후지쓰가 고전 중인 PC 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넘기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6일 전했다. 올해만 해도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이 샤프를 인수하고 중국 가전회사 메이더(美的)가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을 사들인 바 있어 '차이나머니가 일본 전자업계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레노버 그룹이 후지쓰의 PC 부문을 산하에 인수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2005년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PC 5대 중 1대에 해당하는 5700만 대를 판 세계 최대 PC 기업이다. 후지쓰는 FMV 브랜드로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점유율 2위(16.7%)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성장으로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지난해 후지쓰는 PC 부문에서 100억 엔(약 108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신문은 "후지쓰가 중국 대만 회사들의 세력이 확대되는 PC 사업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후) 주력인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 등에 경영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두 회사 사이에는 레노버가 과반의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를 만들고 여기에 후지쓰가 PC 기획·개발·제조 부문을 이관하는 방안과 PC 부문을 담당하는 후지쓰 자회사에 레노버가 과반의 지분을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어느 안이든 후지쓰에서 레노버로 2000명 가량이 이동하게 된다.

레노버는 이미 2011년 일본 NEC와 합작회사인 NEC 레노버를 설립해 현재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후지쯔 PC 부문을 인수하면 일본 시장 점유율이 43%에 달하는 압도적인 강자가 된다. 양 측은 이달 중 최종 합의를 목표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일본 PC 업계에선 중국 대만 기업의 공세에 맞서 후지쓰, 도시바의 PC 부문과 VAIO(2014년 소니가 매각)를 통합해 일본을 대표할 PC 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후지쓰가 '차이나머니'의 위력에 넘어가면서 앞으로도 중국 대만 자본의 일본 전자업체 공략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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