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소년 피범벅 될 때까지 싸움 시킨 어른들, “아이들이 투견?”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0월 7일 14시 59분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어린 두 소년이 있는 힘을 다해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을 퍼붓는다. 울음 섞인 소리를 내지르는 소년들의 표정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하다. 한 소년의 코와 입 부위는 피범벅이 된 상태다. 더욱 충격적인 건 성인 남성들이 이들을 둘러싼 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미러 등은 6~7세로 추정되는 어린 남자아이 2명이 격투기 선수처럼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년들은 어른들의 부추김에 울먹이며 억지로 싸우고 있다. 이 성인 남성들은 자신이 돈을 건 소년이 이기도록 응원을 하거나 윽박지르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일리메일과 미러는 ‘소년들이 어른들에게 등 떠밀려 투견(鬪犬)처럼 싸우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 영상은 중앙아시아 내륙국 키르기스스탄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영상은 여러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싸움을 말려야할 어른이 무슨 끔찍한 짓인가”, “아동학대다. 정말 잔인하다”, “아이들이 투견인가? 어떻게 저런 짓을 시키고 즐거워할 수 있는가”라며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거리에서 벌어진 종합격투기(MMA)에 아이들이 출전한 정도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내놓는 누리꾼도 있었다. 종합격투기가 아이들에게 독립심과 용기를 길러준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아동심리학자 알린 노턴은 “어린 아이를 폭력에 노출시키는 건 폭력에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잔혹한 폭력, 피, 그리고 관중이 이를 보고 응원을 하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겪게 하는 건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메일과 미러는 이와 함께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을 철권통치하고 있는 람잔 카디로프가 10세 이하인 자신의 아들 3명을 어린이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시킨 사실을 언급했다.

카디로프의 아들 아마드(10), 젤림칸(9), 아담(8)은 지난 4일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열린 어린이 대상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해 모두 승리했다. 이 장면은 체첸 전역에 중계됐으며, 카디로프는 경기 동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아들의 승리를 축하했다.

카디로프는 즉각 ‘아동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러시아의 아동 인권 활동가, 정치인들은 관련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표도르 예멜리야넨코 러시아 종합격투기협회 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협회 규정에 따르면 12세 이하는 종합격투기 시합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로즈니에서 일어난 일은 받아들일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2세 이하는 관중석에 있어서도 안 되는데 8세 아이들이 어른들의 즐거움을 위해 서로를 때렸다”며 “이런 일이 체첸 수장 앞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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