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가장 추잡한 대선 토론 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10일 美대선 2차 TV토론]美언론 ‘트럼프 음담패설 공방’ 전망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비교육적이고 추잡한 TV토론이 될지 모른다.”

 9일 저녁(한국 시간 10일 오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에서 열리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69)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70) 간 2차 TV토론에 대해 미 언론들은 이렇게 전망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방송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 사회자로 나서는 이날 토론의 최대 쟁점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비디오 파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트위터에서 “끔찍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고, TV토론에서도 문제 삼을 것이라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는 수많은 성(性)추문을 낳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며 “당신 남편은 나보다 더하다”고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음담패설 비디오에 대한 사과 성명에서도 “빌은 훨씬 심한 말도 했다. 나는 거기에 미치지도 못한다. 빌은 실제로 여성을 성폭행했고 힐러리는 그 피해자들을 협박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성 추문 공방이 얼마나 오래,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른 이슈들의 거론 여부와 비중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여성 표를 결집하면서 연방소득세 회피 의혹, 군 통수권자로서의 부적격성 문제를 추가로 공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구도를 ‘아웃사이더 대 인사이더의 대결’로 규정지으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위터에 “매스미디어와 기성 정치권은 나를 낙마시키려 한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차 TV토론은 일반 방청객도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형식이다. 사회자와 두 후보 간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1차 토론과 달리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극적인 반전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역대 타운홀 미팅에선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후보가 큰 호응을 받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처럼 인간적으로 보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캠프 측은 “클린턴은 현장을 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타운홀 미팅에 대한 연습이 충분히 돼 있다. 대형 유세만 선호하는 트럼프는 이번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타운홀 미팅 토론에선 후보들의 눈빛이나 손짓 등이 표심(票心)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1992년 TV토론에서 재선에 도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국가부채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 만약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 (부채의 큰 영향을 받는) 일반 국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느냐”는 젊은 여성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보며 딴짓을 하다가 “국가부채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금리와 큰 관계가 있다”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 미 언론들은 이 순간을 “부시의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답변 차례가 되자 벌떡 일어나 그 질문을 한 여성에게 다가가 “부채가 당신 삶엔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되물었고, 청중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땐 입술을 깨물며 공감을 나타냈다. CNN은 “당시 타운홀 미팅엔 부시, 빌 클린턴, 무소속 로스 페로 후보 등 3명이 있었지만 TV를 시청한 사람들의 머릿속엔 ‘빌 클린턴과 시민(청중)’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1992년의 남편만큼 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라며 “타운홀 방식의 토론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보다 ‘자기 얘기’를 하고 그에 대한 청중의 공감을 얻어내야 승자가 된다”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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