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시두스보]金보다 비싼 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나무(竹) 가격이 금보다 비쌀 수 있을까. 믿기 힘든 일이 아닐 수없다. 하지만 중국 쓰촨성 메이산시(眉山市) 칭선현(靑神縣)에서 300g도 안되는 죽사(竹絲)가 100만 위안(약 1억6500만 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돼 화제다.

칭선현의 죽(竹)공예 예술명장 천윈화(陳雲華) 씨의 작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손에서 대나무는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죽사로 변신한다. 이 죽사에 명장의 혼을 담아 만든 예술품의 가치가 금을 초월한다. 천 씨를 비롯한 명장들의 작품활동은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 칭선을 ‘중국 죽공예 예술의 고장’으로 부상시켰다. 죽공예 제품은 유럽, 미국, 호주, 동남아 등 50여 개국에 수출된다. 죽공예품 및 관련 산업의 총 가치는 칭선현 총생산(GDP 기준)의 8.6%를 차지한다. 직접 판매 수입만2억5000만 위안(415억 원)을 넘어선다.

죽사 200만 가닥 엮은 그림, 금보다 高價

청두 평원의 서남부에 위치한 칭선은 청두와 109km 떨어져 있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청멘러(成綿樂) 철도까지 관통하여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또한 칭선은 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북송 시인 소동파가 첫사랑에 빠졌던 곳이기도 하다.

칭선은 죽자원이 풍부하여 자죽(慈竹), 반죽(斑竹) 등 수십 종의 대나무가 자란다. 현지인들은 죽으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왔다.

1990년대 천 씨와 부인이 함께 창작한 ‘중국백제도(中國百帝圖)’는 홍콩, 마카오, 타이완에 초청받았다. 천 씨 부부는 이들 지역에서 죽공예 작품과 기법을 전시하였는데, 타이완에선 한 미국인이 매일 와서 참관 할 정도로 전례 없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시 마지막 날, 그 미국인은 천 씨에게 백제도를 구매할 의향을 보이며계산기를 꺼내들었다. 천 씨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천 씨는 4만8000이라는 숫자를 떠올렸다. 얼마 전 한 일본인이 4만8000위안(800만 원)을 제시한 적이있었다. 물론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천 씨는 큰기대 없이 계산기에 4만8000을 입력했다. 뜻밖에도 미국인은 얼마 안돼 4만8000달러(5320만 원)가 담긴 봉투를 들고 천윈화를 다시 찾아왔다. 죽공예품이 이러한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전례 없던일이었다.

천 씨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는 너비 2m, 길이 5m넘는 화폭에 800여 명의 인물과 200여 마리의 동물이 있는 북송시기 장택단의 절세명작 ‘청명상하도’에 도전했다. 황당한 아이디어를 들은 부인은바로 헛된 꿈이라며 반대했지만 천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전 중국을 돌아다니며 크기와 디테일 면에서 원작과 가장 가까운 청명상하도를 찾아다녔다. 10만 위안 넘는 교통비에 6개월 넘게 공을 들인 결과, 원하는 수준의 청명상하도 복제품을 빌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어려움이 천윈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청명상하도의인물은 모두 콩알만큼작아디테일을 살리려면 매우 가는 죽사가 필요했다. 죽사는 상상 그 이상으로 가늘어야 했다. 우선 대나무를 26개의 대오리로 나누고, 대오리를 80∼90번 정도 칼로 얇게 다듬은 뒤, 다시 1cm너비의 싸리로 나누고, 싸리를 다시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48개의 죽사로 나눠야 했기에 일반적인 대나무는 끊어지기 일쑤였다.

천 씨는 부인과 제자들을 데리고 칭선현 중옌산(中岩山)으로 들어갔다.금방 비가 내린 뒤라 산길은 더욱 험준하고 미끄러웠다. 온갖 고생 끝에그는 절벽 옆에 늘어선 청죽을 발견했다. 테스트 결과 이 청죽이 바로 그가 필요한 대나무였다. 이런 청죽을 얻기 위해 천 씨는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다친 적도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1년 넘는 노력 끝에 200여만 개의 죽사는 한 폭의 정교한 죽공예판 청명상하도로 재탄생했다. 죽화(竹畵)는 비단같이 부드럽고 매미 날개마냥 얇다. 5m 넘는 죽화지만 무게는 300g 미만이다. 화폭에 있는 800여 명의 인물과 200여 마리의 동물은 마치 살아 숨쉬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2006년 해당 작품은 106만 위안에 거래되었다. 죽사 1g이 3000여 위안(50만 원)에 해당하여 금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이었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다고 한다.

죽공예 재주로 행복한 생활을 그리다

천 씨는 죽공예로 갑부가 된 칭선의 대표적 인물이다. 칭선현 난청(南城) 란거우촌(蘭溝村)에는 대나무로 생업을 유지하는 가정이 700여 호나 돼 ‘중국 죽공예 제1촌’이라 불린다.

현지 촌민 류졘민이 소개한 데 따르면 1950년대부터 현지인들은 대나무로 주머니, 부채, 의자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1970년대부터 이런 생활용품들은 동남아, 미국 등에 수출하면서 수입이 발생했다. 1990년대부터는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창신과 예술품에 더욱 많은 공을 들였고 이는 더욱 높은 수입을 창조하였다.

2000년 칭선은 ‘중국 죽공예 예술의 고장’이란 영예를 수여했다. 칭선의죽공예품은 최상품 대나무를 사용하고 기법이 정교하며 죽사가 머리카락마냥 약하고 매미날개마냥 얇은 특징을 갖고 있다. 높은 감상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 실용적 가치를 자랑한다. 칭선현에는 국가급 공예미술명장이 1명, 성급 공예미술 명장이 5명, 시급 민간 예술명장이 3명 있으며 죽공예 관련 국제기구가 인정한 고급 공예 미술사가 109명 있다.

현지인들은 대나무를 원료로 휴지 등 생필품도 제작한다. 이 휴지는 대나무의 영문명(bamboo)을 따서 ‘반부(斑布)’라 부른다. 생물학적 방식을 통해 제작한 반부는 그 어떤 화학첨가제와 표백제도 사용하지 않아 휴지는 원유의 황갈색을 띈다. 섬유조직이 파괴되지 않아 흡수성이 좋고 얼굴의 기름기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대나무 종이는 일반 종이보다 가격이 30% 정도 비싸지만 여전히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더 중요한건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빨라 60일이면 크기 때문에 수림을 다시 대자연에 돌려줄 수가 있다”고말했다.

칭선 주민들은 대나무로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 먹는다. 죽순으로 볶거나 삶는 외에 동파(東坡)김치도 담글 수 있다. 죽순 외에도 달걀 망태버섯 볶음, 망태버섯 찜닭, 죽통밥 등 요리들도 준비되어 있다. 부위마다맛이 다른 대나무에 현지의 납육과 유기농 야채까지 곁들이면 맛있고풍성한 ‘동파죽연(東坡竹宴)’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30여 가지의 특색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화시두스보 기자 리칭(李慶)
#중국 쓰촨성#죽공예#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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