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하는 라커룸?” 트럼프에 뿔난 운동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지저분한 대화 나누는 곳 아니다”… 트럼프 라커룸 언급에 비난 빗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음담패설을 ‘라커룸 토크(locker room talk)’라고 둘러댄 것에 대해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발끈하고 나섰다고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10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11년 전 음담패설 발언을 사과하면서 라커룸 토크라는 말을 3번이나 반복했다. 탈의실에서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시시껄렁한 말이지 진심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 투수 숀 둘리틀은 트위터에 “운동선수로 평생 라커룸에서 지냈지만 그런 음담패설은 라커룸 토크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LA 갤럭시 축구단의 로비 로저스는 “(트럼프가) 사과한다며 자꾸 라커룸 토크라고 말하는데 운동선수로서 심히 불쾌하다”고 했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CM 펑크도 “(트럼프가 말한) ‘여성 성기를 움켜쥔다’는 표현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라커룸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라며 “그런 건 테드 번디(전설적인 연쇄살인범)나 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라커룸은 단순한 탈의실이 아니라 휴식처라고 선수들은 말한다. 전직 농구선수 셰인 배티어는 “라커룸은 심판과 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편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 캔자스시티의 크리스 콘리는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여자 얘기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발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허들 국가대표 출신 퀸 해리슨 역시 “라커룸 대화였다는 해명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라커룸 토크’ 발언은 일상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의 분노에도 기름을 부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발언 이후 여성들의 온라인 저항 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알려지기 하루 전 트위터 팔로어가 74만 명인 작가 켈리 옥스퍼드는 “12세 때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당신들의 첫 번째 경험을 말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여성들은 ‘#낫오케이(#notoka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추행 경험담을 업로드하고 있다. 10일 오후까지 올라온 글은 2700만여 건이나 됐다. 트럼프 때문에 이 운동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그의 발언이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미국 정치인이 성적인 문제로 곤경에 처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비난받는 이유는 음담패설 비디오 속 트럼프의 말투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폭력적 어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NYT는 “특히 트럼프가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라커룸 토크’라고 치부한 점이 여성들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라커룸#음담패설#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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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6-10-12 07:35:07

    트럼푸는 돈 벌면서 자기 부하들에게 하던 기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조리없이 지저대는 개와 같다. 미국 25%의 백인 무식쟁의 집단이 무지한 트럼푸식의 태도를 좋아하지 돈의 위력이 미국의 존경 받던 전통을 박살내고 공화당의 완전한 수치...링컨이 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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