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트럼프, 여자는 힐러리 찍는다? 美대선 ‘막 가는 성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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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남녀 대결 미국 대선, '막장 수준의 성(性) 전쟁' 양상
'남성만 투표하면 트럼프 당선, 여성만 투표하면 클린턴 압승' 조사결과 나오자
트럼프 지지 남성 네티즌들, "여성 참정권 보장한 수정헌법 19조 폐지하자" 운동
클린턴 지지 여성들, "너무 늦었다. 앞으론 여성이 미국 지배할 것" 맞불


미국 45대 대통령을 뽑는 올해 대선은 역사상 최초의 남녀 성(性)대결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 간 대결이 남녀 유권자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면서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한 남녀 유권자의 선호도가 극명히 엇갈리면서 이번 대선이 감정적 남녀 성대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분석 웹사이트 'FiveThirtyEight(538·미국 대선 선거인단 숫자)'의 운영자인 네이트 실버(36)는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남성표는 트럼프, 여성표는 클린턴에 몰리고 있다.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남성표에서 클린턴을 11%포인트, 클린턴은 여성표에서 트럼프를 무려 33%포인트나 앞섰다. 실버는 "남성표의 이런 큰 차이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대승을 거뒀을 때 이후 처음이고, 클린턴의 압도적인 여성표 우세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이라고 설명했다.

네이트는 이런 남녀 유권자 간 극단적 '표 갈림'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약 이번 대선에서 여성만 투표할 경우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무려 458명(85.1%)을 클린턴이 가져가고, 트럼프 지지 선거인단은 고작 80명(14.9%)에 불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남성만 투표하면 트럼프가 350명(65.1%)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통령이 되고, 클린턴지지 선거인단은 188명(34.9%)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자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 남성들이 "이번 기회에 여성 투표권을 박탈하자"며 '수정헌법 19조' 폐지 운동(#repealthe19th)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20년 8월26일 비준 받은 '수정헌법 19조'는 '연방 정부나 주 정부는 성별을 이유로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거부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역사적인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조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장난 같은 '수정헌법 19조 폐지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맞다. 정치는 원래 전쟁 대신 만들어진 것이다. 여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며 정색하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여성 네티즌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클린턴 지지 여성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러니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거다. 수정헌법 19조를 폐지하긴 너무 늦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우리(여성들)가 이 나라를 운영할 거니까"라고 맞받았다. 한 여성 네티즌은 "(무식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수정헌법 조항 중 총기 소지 권리를 인정한 '2조'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수정헌법 조항(19조)도 알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조롱했다.

클린턴 캠프도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e메일 등을 통해 "여성차별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인 트럼프가 집권하면 어떤 세상이 벌어질지 짐작하게 한다. 수정헌법 19조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세상을 100년 뒤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여성표가 결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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