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그 뻔뻔한 일관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번 주말에도 거침없는 막말 행보를 이어갔다. 14일 노스캐롤리아나 주 유세에서 자신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지목한 여성의 외모를 공격했다. 비행기에서 자신을 ‘문어’처럼 더듬었다고 폭로한 제시카 리즈(74)를 ‘끔찍한 여자’라고 표현하며 “믿어달라. 그녀는 나의 첫 선택이 될 수 없다. 맙소사”라고 말한 것이다. 청중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아이들과 함께 TV 뉴스를 통해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보던 수많은 부모들은 또다시 채널을 돌려야했다.
트럼프는 믿는 구석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남편 빌 클린턴과 관련된 과거 문제 때문에 트럼프를 파렴치한으로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고 15일 분석했다. “(트럼프) 성추문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남편 빌 클린턴과 자신에 대한 추잡한 공격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YT는 공격 불능 상태에 빠진 클린턴이 “(성추문 관련 공격 업무를)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 위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믿는 구석은 여론조사 결과에 있다. 16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 따르면 각각 84%와 60%에 달하는 공화당원과 중도 유권자는 트럼프가 “유명인은 여성을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성추문 테이프’가 자신의 후보 선택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지층 대거 이탈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심한 막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가 증명된 이상 트럼프가 여성 비하 발언을 멈출 이유도 없다.
14일 클린턴은 인기 TV 토크쇼 ‘엘렌쇼’에 출연해 “(26일 생일을 앞두고) 소원이 있는가”라는 사회자 엘렌 디 제네러스의 질문에 “당연히 당선을 원하지만 가장 간절한 소망은 우리나라가 지금 필요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을 기정사실로 염두에 둔 듯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주 일부 여론조사에선 트럼프를 10%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16일 WP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7%대 43%로 오차범위 내의 소박한 우세를 보였다. 여전히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높지만 ‘공격 불능’의 클린턴과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막말 가도를 이어가는 트럼프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승리가 눈앞에 잡힐듯 말듯 아른거리는 클린턴은 14일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비공개 모금 활동을 마쳤다. 이르면 화요일 3차 TV 토론이 열리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로 향할 예정이다. 유세 대신 토론에 올인해 이번에야 말로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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