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nextfaketrumpvictim’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쓰는 것이 유행이다. ‘다음 트럼프의 거짓 희생자는’ 정도로 해석되는 이 운동은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뜻을 담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해당 여성들이 멀게는 30여 년 전 일어난 일을, 하필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폭로하는 것에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믿는다. 특히 배후엔 민주당이 있어서 잇단 폭로가 ‘조작됐다’고 본다. 이에 피해 주장 여성들이 9명으로 늘어났지만 트럼프의 도덕성을 의심하기보다는 ‘다음번은 누구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열세에 몰린 트럼프는 연일 ‘조작된 선거’라는 프레임을 짜는데 혈안이다. “언론의 의해 이번 선거가 완전히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는 1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부정선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그럴 가능성이 없다. 과거에도 그런 의혹이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들어났다”며 적극 해명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나서 “이번 선거가 정직하게 치러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트럼프의 발언을 일축했다.
물론 트럼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불평, 불만에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17일 미국 100대 언론매체 가운데 트럼프지지 매체가 한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미 국무부가 클린턴 이메일 수사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에 “일부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않으면 편의를 봐주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핵심 정치권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거대 언론의 전폭적 도움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 변방에서 떠돌다 대선 판에 입성한 트럼프는 주류 정치권, 언론, 재계에 대한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으로 성장한 ‘괴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CNN 여론조사에서 ‘대선 풍향계’인 오하이오 주에서 48%대 44%로 클린턴을 꺾었다. 역대 대선에서 오하이오를 차지한 자가 모두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모든 언론의 (나에 대한)암살 이후 나온 대단한 수치”라고 격하게 반겼다. 궁지에 몰렸던 그에게는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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