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CBS의 ‘더 레이트 쇼’에 출연해 재취업을 위한 가상 구직 인터뷰를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캡처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기 TV 쇼 프로그램에서 재취업을 위한 가상의 구직 인터뷰를 하며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냈다.
17일 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CBS의 ‘더 레이트 쇼’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 촬영분이 방영됐다. 콜베어가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로 불쑥 찾아가 내년 초 새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실업자’가 되는 그에게 면접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설정이다.
면접관 역할을 맡은 콜베어는 일자리를 원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넨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본 뒤 “55세, 남자로서는 (일을 구해) 다시 시작하기는 힘든 나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난 재임 기간을 암시하며 “지난 8년간 승진한 적이 없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심드렁하게 “사실 내 마지막 일자리에서 승진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더 힘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인데, 바로 내 아내(미셸 오바마 여사)”라고 받아쳤다.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는 퍼스트레이디뿐이라는 농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자신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과 해외에서 태어나 애당초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출생지 진위 공방(실제로는 하와이 출생) 등 그간 가슴 아팠던 주제들도 개그로 승화시켰다.
“상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콜베어가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39개의 명예학위가 있고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고 대답했다. 특히 노벨상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여전히 수상 이유를 모르겠다”고 농을 건넸다. 콜베어가 “출생지가 어디냐”고 천연덕스럽게 묻자 “왜 그것을 묻느냐”라며 과장스럽게 노려봐 웃음을 유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 중간중간에 11월 8일 대통령선거 투표 독려 메시지를 전달해 바쁜 시간을 쪼개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우리가 했던 일을 미래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젊은이들이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베어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 없다면서 비유를 통해 지지 후보를 물었다. “100여 개 나라를 돌아다니는 ‘섬유질 강화 영양 바’와 담즙(bile·증오란 뜻도 있음)으로 가득 찬, 골든레트리버(큰 개의 한 종류) 털을 덮고 있는 쭈그러진 오렌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주저하지 않고 “영양 바를 택하겠다”고 즉답했다. 영양 바와 쭈그러진 오렌지는 각각 국무장관 시절 수많은 외교 경험을 했던 클린턴과 성추문으로 일부 여성의 증오를 받고 있는 트럼프를 빗댄 표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클린턴의 지지율을 훌쩍 넘는 수치다. 오바마는 임기 말에도 여전히 뜨거운 자신의 지지율을 클린턴으로 옮겨 주기 위해 격무에도 지원 유세와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임기 종반 레임덕에 빠지기 일쑤인 한국 대통령들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경이로운 지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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