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자 A19면 등 미국 대통령 선거가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정책선거는 아예 사라지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성추행과 음담패설에 대한 온갖 의혹과 막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건강 이상설과 e메일 스캔들 폭로 등 최후의 막장 드라마를 다 보여준다. 이대로라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만 남게 되어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중국은 “이번 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역기능을 보여 준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관련 정보 확산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선거는 ‘네거티브 유혹’에 더 끌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제약되지 않는 SNS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우리 정치권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공방 등 유력 대권 주자들에 관한 의혹 제기와 진실 게임, 그리고 ‘대권 잠룡’들에 대한 폄훼와 정치적 공방으로 대선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내년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후보들은 네거티브 폭로전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정책 검증과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건설적인 이슈와 건강한 선거전으로 미국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제해치 부산대 홍보팀장·부산 금정구 ▼복지부의 낙태법 ‘꼼수’… 현실에 맞게 고치길▼
17일자 A14면 ‘불법 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기사를 읽었다. 한국에서 불법 낙태를 하다가 적발되면 임신부와 의사만 처벌받게 되어 있는데, 임신시킨 남성은 아무런 죄가 없다. 이 법은 남성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법이라 여겨진다. 유엔은 낙태수술을 인간의 권리라고 인정하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합법적이고 안전한 낙태수술은 여성의 권리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유엔에서 발간된 세계 낙태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거나 ‘임신부가 원하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낙태에 대한 법령 강화를 출산율과 관련시키는 꼼수라면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이 방법을 썼다가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고, 사회복지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증가하고, 낙태가 합법적인 옆 나라로 수술을 받으러 많은 임신부가 이동하고, 비용을 아끼려고 비의료인에게 수술 받다가 사망하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도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몇몇 관료에 의해서 법령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거쳐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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