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5]“선거결과 존중받지 못할수도” ‘TPP철회-불법 이민 200만명 추방’
취임후 100일 청사진도 발표
유세장 분위기 패색 짙어져… 맥빠진 지지자들 구호도 시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으로 사분오열된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153년 전 이곳에 섰습니다. 나도 양분된 미국을 치유할 수 있는 발언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22일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 인근 아이젠하워콤플렉스 대회의장. 1863년 링컨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역설한 기념비적인 장소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섰다. 당선됐을 시 취임 후 100일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표정이었다. 웃지도 않았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이 나라를 위한 재앙이다. 취임 첫날 즉각 철회하겠다”고 단언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서명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불공정하게 미국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불공정 무역을 조사하도록 명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환경 파괴를 이유로 중단한 키스톤 송유관 사업(캐나다 앨버타에서 미 텍사스까지 2000km 길이의 원유 수송관을 건설하는 사업)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대 경합주이자 탄광 등 에너지산업이 밀집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미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또 “공석인 연방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선정하고 2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 범죄자들에 대한 추방을 시작하겠다”면서 연방정부와 의회를 ‘조작된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연방정부 신규 고용 중단 △연방정부 신규 규제 폐지 △백악관 관리 및 연방 의원 퇴직 후 5년간 로비스트 취직 금지 △백악관 관리들의 퇴직 후 외국 정부를 위한 로비스트 활동 금지도 천명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내용은 트럼프가 그동안 각종 유세와 토론에서 밝힌 자신의 정책을 나열하는 선에서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새 공약이나 미국의 미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 제목은 집권 후 100일 청사진이었지만 트럼프는 선거조작론과 대선 불복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그는 “힐러리가 선거에 나올 수 있도록 허용된 것 자체가 이 사회의 시스템이 철저히 조작되고 망가졌다는 증거”라며 “선거 결과가 존중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선거 불복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시사했다. 클린턴 후보가 주도하는 판세를 뒤엎으려면 지지층 결집만이 해법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로이터통신이 17일부터 21일까지 11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 70%가 “클린턴이 당선되면 이는 불법 선거 또는 조작 때문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유세 현장은 이전과는 달리 많이 맥 빠진 분위기였다. 트럼프 특유의 에너지와 지지자들의 기대감은 느낄 수 없었다. 트럼프는 많이 지친 듯 피곤해 보였다. 트럼프가 40여 분간의 연설을 마치자 일부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를 외쳤다. 이전 같으면 유세장이 떠나갈 정도였겠지만 서너 번 외치더니 유세를 끝냈다. 23일 오전 현재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은 클린턴 262명, 트럼프 164명, 경합주 11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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