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먹고 식도에 구멍 뚫려… 응급실 실려간 남성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10시 17분


사진출처 - 고스트 페퍼를 먹은 소년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해당 이미지는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출처 - 고스트 페퍼를 먹은 소년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해당 이미지는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지독하게 매운 고추를 먹고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간 남성이 있다. 목에 엄청난 통증은 물론 식도에는 구멍까지 뚫렸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도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 고추는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8일 CBS 뉴스와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47세 남성. ‘먹기 대회’에 참가한 그는 고스트 페퍼(Ghost Pepper)로 불리는 인도산 고추 부트 졸로키아가 잔뜩 들어간 햄버거를 먹었다. 부트 졸로키아는 광택이 돌며 오렌지 빛깔을 지닌 세계에서 가장 맵다고 알려진 고추 중 하나다.

불과 몇 초 되지 않아 남자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구토는 더욱 격렬해졌고 남자는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거리더니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료진은 복부와 가슴 검사를 시행했고, 엑스레이를 통해 남자의 몸에 음식과 공기가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는 곧 수술실로 들어갔고 의사는 그의 왼쪽 목 부분 식도에서 2.5cm 크기의 구멍이 난 것을 확인했다. 남성은 23일간 병원 신세를 진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초기 14일간은 튜브를 이용해 호흡했고, 9일간은 튜브로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지냈다.

해당 남성의 사례는 응급의료 저널(the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도 실렸는데, 의사는 남성이 ‘부르하버 증후군(Boerhaave syndrome)’이라고 밝혔다. 이 증후군은 1724년 이 증상을 처음 보고한 네덜란드 의사 헤르만 부르하버(Herman Boerhaave)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구토로 인해 식도가 자연적으로 파열하는 것인데, 증상이 나타난 후 얼마 안 있어 치명적인 쇼크나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응급의학에서도 흔하지 않은 케이스로 보고 되며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고 한다.

의사는 남성이 먹은 부트 졸로키아가 식도를 얼마나 자극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염증과 구토, 그 밖의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한 남성의 사례를 통해 매운 음식을 먹은 후 통증을 느꼈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 말고 생명을 위협하는 경고가 될 수 있음을 당부했다.

매체 데일리메일은 스코빌 지수를 언급하며 부트 졸리키아의 위력을 설명했다.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에 의해 개발된 스코빌 척도는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인데 파프리카는 0 스코빌, 타바스코는 약 100 스코빌, 할라페뇨는 약 2500 스코빌 수준이고 부트 졸로키아는 100만 스코빌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운 고추로 유명한 청양고추는 약 1만 스코빌 정도이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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