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허버드]워싱턴에서 보는 미 대선과 북핵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美대선 앞두고 北또다시 도발 가능
미국서 누가 당선되든 북한은 핵심 외교 의제
11월 대선 결과는 한반도에 큰 영향줄 것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은 늘 미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할 때 도발을 해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아시아에서 정상회의가 잇달아 열린 직후 감행됐다. 미 대선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북한이 늘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어느 때보다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다. 단순 핵실험이 아니라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실험이었다는 발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미 대선에선 어느 때보다 북핵 이슈가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북핵이 새 행정부의 핵심 외교 어젠다가 될 것이라는 데 나와 주변 인사들 사이에 큰 의심이 없다.

 북핵 문제를 다뤘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두 후보의 북핵 정책을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우선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한층 직접적으로 북핵 문제를 거론한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난달 1차 TV토론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에 대해 확고한 방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시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식 대북제재도 주장해 왔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집권하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 덜 구체적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고 도발을 이어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보다 클린턴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서 4년간 한 일이 뭐냐”는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몇 개월 전만 해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대북 어젠다를 제시했다. 김정은과 만나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놓자 트럼프도 더 이상 이슈화할 동력을 잃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일본과 한국이 자체 핵무장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정작 자신이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어젠다 전반에 걸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공화당 내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그의 곁을 떠나고 있다. 지금까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 등 공화당 행정부에서 일했던 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지지 거부를 선언했다.

 물론 사람이 변하듯이 대선 공약이 그대로 이행되는 건 아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제시했지만 집권 후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뒤 철수 카드를 접었다. 트럼프가 한일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만일 집권한다면 이를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언급이나 공약을 종합 평가한다면 엄중한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데는 트럼프보단 클린턴이 더 준비됐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아직 대선까지 11일 남은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교안보, 특히 북핵 이슈만 놓고 본다면 미국인들은 국내 정치적으로는 별 인기가 없지만 외교 분야에 더 경험 많은 클린턴과 외교 현안에는 거의 아무런 경험이 없지만 기성 정치권과 말의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이번 미 대선은 한반도 상황과 한미동맹에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미국대선#트럼프#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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