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부인과 이혼소송 낼때 “감정 조절못해” 정신감정서 제출
6월 대선 때도 최대 이슈로
일각 “치밀한 밀당외교 달인”… 美-中 등 강대국 사이 줄타기 외교
15조원 경협-차관 등 실리 챙겨
의도치 않은 실수일까,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속내일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1)이 특유의 막말과 직설적 화법으로 지구촌 외교가를 뒤흔들고 있다. 다른 나라 정상에게도 욕설을 퍼붓는 돌발 행동이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가 강대국을 상대로 철저히 계산된 실리 외교를 펼친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두테르테의 정신 병력은 올 6월 필리핀 대선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현지 방송 ABS-CBN은 4월 “두테르테 후보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 판정을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타인을 속이고 착취하며 지나치게 자기우월적 태도 등을 보이는 정신장애를 뜻한다.
첫 번째 부인 엘리자베스 지머먼(68)이 1998년 이혼 소송을 낼 때 제출한 두테르테의 정신감정서에도 이런 판정이 담겨 있다. 당시 감정서를 작성한 정신과 의사 나티비다드 다얀 박사는 두테르테에 대해 “기본적인 결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함량 미달”이라고 판단했다. 다얀 박사는 “그가 욕구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매우 충동적 모습을 보여 주며 또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파장을 감당하지도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거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라고도 진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두테르테 후보는 “아내와 나 사이의 문제”라며 발언을 아꼈고, 그의 딸인 세라가 나서 “감정서에 ‘대통령을 맡기에 부적합하다’는 문구는 한 줄도 없다”라며 방어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는 여성 편력도 드러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73년 지머먼과 결혼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외도를 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한 여성이 지머먼을 찾아와 “내가 두테르테의 정부(情婦)”라고 밝히거나 두테르테가 친구들에게 사귀는 여성을 소개하며 “내 아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2월 대선 유세장에서는 두테르테 후보가 여러 명의 여성들과 강제로 입 맞추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 전파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외교를 하면서 단지 충동적으로만 행동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강대국들 사이에서 필리핀의 가치를 높이는 치밀한 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가서는 “미국에 작별을 고할 때”라며 이익을 챙긴 뒤 다시 일본에 건너가서는 “중국과는 정치가 아닌 경제적 관계”라고 선을 긋는 식이다. 이번 방문으로 중국과는 135억 달러(약 15조4643억 원) 규모의 경제협정을 맺었고 일본에서는 농업 개발 등의 명목으로 210억 엔(약 2286억 원)의 차관을 받아 챙겼다. 주가가 높아진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내 러시아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비영리 국제개발기구인 아시아재단의 필리핀 대표 스티븐 루드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 시절 시민들을 다루듯 세계 정상들을 다루고 있다”며 “사람들을 멀리 내쳤다가 다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당겨 오는 ‘밀당(밀고 당기기)’이 그의 특기”라고 분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8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필리핀 대선에 미국이 개입했다며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를 “게이(동성애자)”라고 비난해 양국 관계가 얼어붙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했다. 두테르테는 케리 장관이 다녀간 뒤 주변에 이렇게 농을 건넸다.
“케리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놓고 갔는데 무려 3300만 달러(약 378억 원)나 된다. 좋아. 앞으로 더 강하게 도발해야 할 수도 있겠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