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승리 점치던 WP “트럼프가 이길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선거인 동수 등 4개 시나리오 제시… 도박사 91%, 트럼프에 막판 베팅
플로리다 등 경합주 11곳으로 늘어 美대선 막판까지 예측불허 혼전
공화 “클린턴 당선땐 탄핵 거론될것”

 미국 대선이 나흘 남은 상황에서 주요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경합주가 늘어나고 있다. 막판까지 예측 불허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일 나오는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판세에 따르면 3일 오전 현재 클린턴은 226명, 트럼프는 180명을 확보했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경합주(11개 주)는 132명으로 집계됐다.

 경합주 대의원 수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28일 클린턴 개인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밝힌 직후인 30일 111명에서 나흘 만에 21명이나 늘었다. RCP는 “버지니아(13명)와 펜실베이니아(20명)가 클린턴 우세에서 다시 경합주로 바뀐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등 핵심 경합주도 아직 우열이 가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NBC방송이 2일 공개한 선거인단 판세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중순 157명이던 경합주 선거인단은 180명으로 23명 늘었다. 한때 클린턴으로 기운 듯하던 플로리다 등도 다시 경합주로 분류됐다. CNN-ORC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도 두 후보가 주요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클린턴은 플로리다(49% 대 47%), 펜실베이니아(48% 대 44%)에서 근소하게 앞섰고, 트럼프는 애리조나(49% 대 44%), 네바다(49% 대 43%)에서 한발 앞서 있다.

 그동안 “지지율 경쟁과 무관하게 클린턴 승리가 유력하다”고 분석해 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트럼프가 일부 경합주에서 이겨 최대 27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되는 두 가지 경우다. 첫 번째는 트럼프가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가 승리한 주(206명)를 모두 가져가고 콜로라도(9명), 플로리다, 아이오와(6명), 오하이오, 뉴햄프셔(4명) 등 경합주 5곳에서 승리하는 경우 272석을 확보한다. 두 번째는 2012년 롬니가 이긴 노스캐롤라이나를 클린턴이 가져가고 트럼프가 네바다(6명), 위스콘신(10명) 등에서 승리하는 경우(273명)다.

 다음으로 트럼프와 클린턴이 모두 269명으로 동률을 이루는 두 가지 경우다. 이 경우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 하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이 확실한 공화당 소속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막판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도박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2일 아일랜드 최대 베팅업체 패디파워를 인용해 10월 31일과 11월 1일 미국 대선 결과에 베팅한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건 금액은 약 10만 유로(약 1억2700만 원)로 전체의 9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대가 연구용으로 운영하는 대선 선물시장에서 예측된 지난달 31일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불과 열흘 만에 9%에서 40%로 급상승했다.

 양측의 막판 공세도 가열되고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이긴다고 해도 FBI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기소도 임박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따라 하원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의 짐 조던 의원(공화·오하이오)도 “국무부와 클린턴 재단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안은 하원이 발의해 출석 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가결되고 상원 출석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최종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지킬 것으로 예상돼 클린턴 당선 이후에도 탄핵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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