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e메일 폭로 스캔들’ 통해 드러난 배신자는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14시 10분


"아부꾼과 배신자로 가득한 세계에서 포데스타는 클린턴의 약점에 대해 충심을 보이는 동시에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인 존 포데스타에 대해 그가 캠프 및 민주당 인사들과 주고받은 e메일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렇게 평가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21일부터 2일까지 26차례에 걸쳐 폭로한 포데스타의 e메일은 총 4만3000여 건에 이른다. FT 평가에서 클린턴 측근들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포데스타는 가히 클린턴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 감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e메일에 따르면 클린턴은 자신의 개인 e메일 사용 문제에 대해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열린 참모 회의에서 일부 측근들은 '클린턴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데스타는 "이는 자살행위다"고 직언을 했다. 클린턴이 당당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고언을 했고 결국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포데스타는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2일 위키리스크 e메일을 토대로 법무부가 포데스타를 통해 e메일 수사 관련 정보를 흘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피터 캐드직 법무부 차관보는 포데스타에게 "오늘 하원 사법위원회 청문회가 열리는데 국무부 e메일 관련 질문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포데스타는 이를 다른 클린턴 측근에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플로리다 주 유세 중 보도에 대해 "캐드직이 클린턴 진영에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묵 본부장 역시 e메일 파동 와중에 "이성의 목소리를 제공했다"며 '떠오르는 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마 애버딘은 캠프 부위원장도 클린턴 '수양딸'이라는 명성을 지켰다. FT는 "다른 측근들이 클린턴을 비판할 때도 애버딘은 동참하지 않았다"며 애버딘을 클린턴의 '보호자'로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재수사 빌미를 제공했지만 클린턴 곁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클린턴 인수위원 니라 탠든은 위키리크스의 포데스타 e메일 공개로 망신을 당했다. 탠든은 클린턴의 정치 감각이 형편없다고 수차례 비판했다. 클린턴이 개인 e메일 사용을 하도록 제안한 인물을 "능지처참 해야한다"고 말하는 등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다. FT는 탠든에 '진실을 말하는 자(truth teller)'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읽기엔 재밌는 e메일이 그녀가 백악관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을 앗아갔다"고 관측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임시위원장 도나 브라질은 최대의 피해자로 분류됐다. 그는 민주당 경선 당시 CNN에서 TV 토론 질문을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이 됐다. CNN은 "불쾌하다"고 밝혔고 브라질은 CNN 평론가직을 불명예스럽게 내려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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