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누가 승리해도 ‘7번째 뉴요커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클린턴, 뉴욕 상원의원 출신… 트럼프는 토박이 뉴요커
‘유리 천장’ 깨겠다는 클린턴, 승리선언 장소로 ‘유리 건물’ 선택
트럼프도 뉴욕힐턴호텔서 예정

 “트럼프는 납세 자료를 공개하라.” 

 “트럼프와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투표 하루 전날인 7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 지지자들의 피켓 시위 대결이 한창이었다. 트럼프 지지 백인 남성은 클린턴 지지자들에게 “클린턴이 e메일 스캔들 때문에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따졌다.

 트럼프 캠프가 있는 트럼프타워 앞 이런 풍경은 세계 경제·금융의 수도이자 해마다 6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뉴욕에서 이색적인 볼 거리가 됐다. 이날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두 진영 간 피켓 대결을 지켜보며 신기한 듯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뉴욕 상징물을 판매하는 맨해튼 기념품 상점들은 ‘뉴요커 트럼프’ 티셔츠와 ‘뉴요커 클린턴’ 티셔츠를 나란히 진열해 정치적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 언론들은 이번 대선을 ‘뉴요커의, 뉴요커에 의한, 뉴요커를 위한 선거’ 또는 ‘뉴욕에서 시작해서, 뉴욕에서 끝나는 선거’로 표현하고 있다. 클린턴은 뉴욕 연방 상원의원 출신이고, 트럼프는 뉴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뉴요커다. 둘 중 누가 승리해도 ‘7번째 뉴요커 대통령’이 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뉴욕 출신은 마틴 밴 뷰런(8대), 밀러드 필모어(13대), 체스터 아서(21대), 그로버 클리블랜드(22·24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등 6명이다.

 클린턴은 이기면 승리 선언을, 질 경우엔 승복 선언을 할 장소로 뉴욕 허드슨 강변에 있는 대형 전시장 ‘제이컵K재비츠컨벤션센터’를 선택했다. 미 언론들은 “대형 유리 건물로 유명한 이곳에서 ‘가장 높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유리 천장(대통령)을 깨겠다’는 의미를 담은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트럼프타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뉴욕힐턴호텔에서 같은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두 행사장 간 거리는 3km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의 핵심 조연들도 모두 뉴욕과 깊은 연고가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뉴욕 브루클린 출신이다. 트럼프의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해온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72)과 한때 ‘무소속 제3후보’ 출마를 검토하다가 클린턴 지지로 방향을 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74)도 뉴요커들이다.

 월가는 선거일 하루 전인 7일 클린턴 승리에 베팅했다. 전날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무혐의로 결론 내며 클린턴 당선이 유력해지자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지수가 이날 8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에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급락했다. 미국 경제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미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금융시장 상승세를 보면 투자자들이 시장의 불안감을 줄여줄 클린턴이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조은아 기자
#힐러리#트럼프#미국#대선#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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