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브렉시트’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바라 왔다. 대선을 하루 앞둔 7일 미시간 주에서의 마지막 유세에서도 “브렉시트가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6월 예상을 뒤집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지었던 브렉시트 국민투표처럼 대반전을 일으키겠다는 트럼프의 꿈은 현실이 됐다.
브렉시트와 이번 미국 대선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반(反)이민 정서를 이용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선거였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멕시코 국경에 거대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뿌리 뽑겠다”고 공약하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앞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도 인구 7600만 명의 이슬람 국가 터키가 EU에 곧 가입해 영국을 ‘이민자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며 위기감을 부추겼다.
트럼프와 브렉시트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과 노동자 계층이다. 이민자가 대거 유입됨에 따라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백인들은 테러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마이너리티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빈부 격차가 커진 데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이민자들이 빼앗아 간다는 박탈감도 백인 노동자 계층의 보수적인 표심을 자극했다.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한몫했다. 영국 국민은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 대신 ‘더벅머리’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나 늘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대표에게 표를 줬다. 미국 국민도 기업가 출신의 이단아인 트럼프를 선택했다.
유럽에서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총선과 대선에서 극우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3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어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4일 대선을 치르는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성향의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의 당락 여부가 관심이다. 호퍼가 당선되면 EU 최초의 극우 정당 출신 대통령이 된다. 앞서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지난달 29일 조기총선에서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분노에 힘입어 창당 4년 만에 원내 2당이 됐다. 2013년 창당한 독일의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전국 16개 주의회 가운데 수도 베를린을 포함한 10개 주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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