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도 한국만큼 정치 불신이 깊습니다. 정치권을 개혁하려면 기존 정치인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77·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난 민심을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다는 김 전 의원은 “중·하류층 백인 서민들이 지지해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한 건 미국 정계에 만연한 ‘끼리끼리 정치’의 폐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층들이 ‘트럼프 현상’에 열광했지만 폴 라이언 하원의장,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지도부는 끝까지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CNN 등 주류 언론도 트럼프의 막말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민심을 제대로 못 읽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며 “이런 모습에서 미국인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감과 함께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커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맞서는 민주당의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심은 기존 정치인에게 반감을 느끼는데도 힐러리 클린턴 유세장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정치인이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클린턴의 유세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했고,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셸 오바마 여사가 향후 정치나 행정 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하나같이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은 전략이었다”고 꼬집었다.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된 트럼프의 적극적인 이민제한 정책을 민주당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도 실수로 꼽았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당과 인종을 떠나 불법 이민에 아주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에서 트럼프 당선에 우려감이 큰 데 대해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8년간(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북한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느냐”고 반문하며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북한 문제도 새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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